이미지 확대보기1. 쪼개지는 세상, 흩어지는 영혼
세상은 자꾸만 우리를 쪼개려 듭니다.
현미경을 들이대고 날 선 메스를 들이댑니다. 서양 해부학은 우리 몸을 근육과 뼈로 나누더니, 이제는 신경세포와 호르몬, 골수와 점막까지 세분화하며 보이지 않는 입자의 세계로 파고듭니다. 입자과학은 쪼개고 분석하면 생명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습니다. 꽃잎을 낱낱이 찢어발긴다고 해서 그 꽃의 향기까지 만질 수 있던가요?
입자 물리학이 우주의 가장 작은 조각을 찾아낸들, 빛이 입자가 되고 입자가 다시 빛이 되는 그 신비로운 리듬까지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블랙홀이 공간을 삼키고 화이트홀이 뱉어내는 우주의 거대한 숨결을 차가운 이성의 언어로 어찌 다 담아내겠습니까? 미시적 한계론으로는 생명에 대한 의문과 해결을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쪼개진 파편이 아닙니다. 우리는 빛이자 파동이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울림입니다.
2. 몸은 하나의 우주, 간은 침묵의 숲
고대 동양의학은 몸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인체는 오장육부로 이루어진 생명의 체계였습니다. 담낭, 소장, 위장, 대장, 방광 같은 육부는 우리의 의지로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간, 심장, 비장, 폐, 신장 같은 오장은 교감신경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의지로는 통제할 수 없다고 현대과학은 말합니다.
그러나 고대 동양의학은 이 부분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숲은 말이 없습니다. 위장이나 대장처럼 배가 고프다, 아프다 소리치지 않습니다. 묵묵히 외부의 독을 걸러내고, 시각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의 모든 빛과 색을 조용히 받아낼 뿐입니다.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손바닥의 따뜻함으로도 간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간이 지치면 눈이 침침해지고, 마음의 봄날도 시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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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3. 선을 긋는다는 것, 내 안의 나무를 심는 일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흙바닥에, 하얀 도화지에 무심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십시오. 그것은 단순한 낙서가 아닙니다.
간은 시각으로 들어오는 색과 형태, 선에 대한 분별력과 선호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색으로는 파란색과 초록색 계통을, 형태로는 나무와 풀처럼 땅으로부터 하늘로 자라나는 길쭉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평면이나 점보다는 선을 좋아하며, 선호하는 선의 모양은 각자의 정신적, 신체적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위로 뻗어 오르는 선, 곧게 자라나는 나무를 닮은 그 선들은 간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내 안의 숲이 메말라가니, 물을 주시오. 나무를 심어 주시오."
고대로부터 선으로 표기한 그림의 형태는 인류가 오장육부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간을 지원하는 한 방법이었습니다. 파란색 크레파스를 쥐고 초록색 물감을 칠하며 수직의 선을 긋는 행위. 그것은 시각이라는 통로를 통해 내 몸 안의 숲에 싱그러운 바람을 불어넣는 치유의 의식입니다. 입자과학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이 생명을 살리려는 눈물겨운 본능입니다.
4. 당신의 붓끝이 닿는 곳에 치유가
그러니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얼마나 거룩한 일입니까?
우리가 무심코 긋는 선 하나가 실은 내 몸의 가장 깊은 곳, 저 침묵의 장기를 어루만지는 손길이라니 말입니다.
당신이 붓을 들어 선을 그을 때, 당신은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의 병든 숲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있습니다. 과학이 쪼개놓은 차가운 세상 속에서, 흩어진 마음을 다시 하나로 잇는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유년기의 선에 대한 집착은 진지하게 응원해야 할 본능입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치유이자 타인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도 붓을 듭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 안의 숲이, 그리고 당신 안의 숲이 여전히 푸르게 숨 쉬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를 올리듯 선 하나를 긋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글쓴이/ 한명호(1957년생)/ 홍익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현대아트갤러리. 갤러리Q, 부산화랑 등 다수), 단체전 및 국제전(화랑미술제-현대화랑, 북경아트페어-아트사이드갤러리 등),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저서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화가’ 등 다수
한명호 서양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