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FOMC 기준금리 3연속 동결
이미지 확대보기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인가
금리 3연속 동결에 숨겨진 긴장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뉴욕증시 등 시장은 이미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기에 동결 자체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함께 발표된 정책성명서를 주목하고 있다. 정책성명서의 행간에는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준이 고용 시장의 둔화 가능성과 인플레이션의 경직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양방향의 리스크’를 강조한 점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촉발하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행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일 적을 섬멸하기 위한 화력 집중의 과정이었다. 이번 성명서는 연준이 직면한 전장이 두 곳으로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한쪽에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한쪽에서는 견고하던 고용 시장에 생기는 균열이 연준의 발목을 동시에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고물가와 저성장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준의 정책성명서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고용지표에 대한 톤의 변화다. 연준은 이번에 고용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고용 안정이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실업률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심각한 점은 고용이 흔들리는 중에도 물가가 연준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교란 그리고 서비스 물가의 상방 경직성은 인플레이션의 기저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하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하고, 물가가 불안하면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연준이 성명서에서 두 요소를 모두 ‘불안하다’고 표현한 것은, 사실상 어떤 정책 수단도 선뜻 사용하기 어려운 ‘진퇴양난(딜레마)’에 빠졌음을 자인한 셈이다. 통상 고용이 부진하면 물가는 안정된다. 그것이 필립스 곡선의 기본 가정이다.
연방준비제도가 또 한번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3.75%로 유지됐다. 한국(연 2.5%)과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상단 기준)로 변동이 없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8주가 된 시점에 열린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은 시장에 퍼져 있었다.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고유가로 인한 시장 충격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기 때문이다. 연준은 “중동 지역의 상황 전개는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장기간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 머물고 있어 언제든 인플레이션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수준도 연준의 목표치(2%)에는 못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전 전까지 연준 내에서 금리 인하를 언제 재개할지가 주요 논쟁이었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연준 인사들의 의견은 뜻밖에 분열됐다. 이번 금리 결정 투표에 참여한 연준 인사 12명 중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만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동결에 찬성한 11명 중에서도 3명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성명서에 ‘완화 편향’이라는 표현을 포함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완화 편향’이란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신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결 자체는 찬성하지만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결정 시 연준 위원 4명의 반대가 있었던 마지막 시기는 1992년 10월이었다.
이번 회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장으로서 주재한 사실상 마지막 회의였다. 그는 2018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고, 2022년 5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재지명해 총 8년 3개월간 세계경제 사령탑을 맡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에 대한 인준안은 이날 상원 은행위에서 13(찬성) 대 11(반대)로 통과됐다. 파월의 임기는 다음 달 15일까지고, 워시는 16일부터 새 연준 의장 자리에 앉게 된다. 트럼프는 연준에 꾸준히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 지역 연은 총재의 반대 의견은 워시가 의장으로 취임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적으로 가장 다루기 힘든 난제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세계경제는 이미 그 파괴력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통화정책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으며, 그 결과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고통을 동시에 겪어야 했다. 현재 상황이 1970년대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구조적인 유사성은 무시할 수 없다. 그 첫째가 탈세계화와 블록 경제화로 인한 생산 비용의 항구적 상승이다. 과거 저물가를 지탱하던 저렴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물가의 하방 압력이 사라졌다. 둘째는 노동 구조의 변화다.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력 부족은 고용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임금 인상 압박을 지속한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은 연준의 금리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성명서에 담긴 ‘고용과 물가의 동시 불안’은 결국 통화정책의 약발이 다해 가고 있으며, 거시경제 환경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신중함'이라는 이름의 '관망'에 가깝다.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 침체의 공포가 크고, 내리기엔 물가 상승의 불씨가 여전히 뜨겁다. 이러한 연준의 태도는 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을 던져주고 있다. 시장은 명확한 신호를 원하지만 연준은 데이터에 기반한(Data-dependent) 대응만 반복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는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게 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데, 경기 둔화로 인해 소득이나 매출 증가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 증상인 ‘저성장의 고착화’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연준이 성명서에서 던진 메시지는 결국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연준의 이번 정책성명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직접적인 선언은 아니더라도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경고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옐로카드’라고 볼 수 있다. 고용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공포가 정책 결정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안개는 짙고 항로는 불분명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거대 암초를 피하기 위해서는 연준의 정책적 결단만큼이나 우리 경제주체들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유연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FOMC 성명서는 그 대비를 서두르라는 '경고 통첩'인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