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장보고는 흥덕왕의 승인을 얻어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해상 치안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 기지를 건설한 것이다. 그는 해적을 소탕하여 뱃길을 안전하게 확보한 뒤, 당나라와 신라, 그리고 일본을 잇는 거대한 삼각 교역망을 구축했다. 당시 선진국이었던 당나라의 비단과 도자기, 서역의 희귀 향료들이 청해진으로 모여들었고, 이는 다시 주변국으로 수출되었다. 인적·물적 자원이 집결하는 동북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물류 허브이자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가 탄생한 것이다. 청해진의 쾌거는 좁은 영토와 부족한 자원의 한계를 바다를 통해 극복하고 막대한 국부를 창출해 낸 무역 입국의 완벽한 역사적 원형이다.
우리나라가 매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는 이유 또한, 천 년 전 거친 파도를 가르며 동아시아 경제 패권을 쥐었던 장보고의 위대한 해양 개척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기 위함이다. 이 찬란한 해양의 역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실로 묵직하다. 남북이 분단되어 대륙으로 향하는 육로가 완전히 가로막힌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반도 국가일지언정, 지경학(Geoeconomics)적으로는 사실상 완벽한 섬나라다. 따라서 한국 경제에 있어 바다는 단순히 넓은 영해나 수산 자원의 보고를 넘어,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린 '절대적 생명선'이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이 현실은 더욱 극명해진다. 경제 개발 협력 기구(OECD)에 속한 주요 선진국들이나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견주어 볼 때,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는 유독 압도적으로 높은 무역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우리 국가 경제의 체질 자체가 밖으로 열린 바닷길에 철저히 기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원이 빈약하고 내수 시장이 협소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국가의 명운을 건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오늘날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핵심 주력 산업의 완성품들이 나가는 수출길은 물론, 이를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원과 원자재 수입 물동량의 99% 이상이 오직 바다를 통해서만 오고 간다. 글로벌 해상 수송로의 작은 병목 현상이나 지정학적 위기 하나에도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공급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거친 바다로 나아갔던 청해진의 선단에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 정신과 치밀한 경제적 통찰이 담겨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저력 역시 그 위대한 개척 정신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곧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한다. 좁은 내수를 넘어 광활한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게, 찬란한 경제적 미래는 다름 아닌 저 푸른 바다 너머에 있다. 다가오는 바다의 날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21세기의 굳건한 청해진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매년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이 날이 제정된 연원은 천 년을 훌쩍 뛰어넘어 9세기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828년 5월, 해상왕 장보고가 전라남도 완도에 동북아시아 해상 무역의 거점이자 군사 기지인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역사적 사실을 기리기 위함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숙명을 지닌 대한민국에게 있어 바다는 단순한 자연적 경계나 풍광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생명선이자, 미래 국부를 창출해 낼 무한한 경제적 공간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