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미국 유권자의 분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10개 주에서 45건의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데이터센터를 어떤 형태로든 제한하는 안건이 대부분 통과됐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승인한 곳은 노스다코타주 하우드 한 곳뿐이었다. 반대의 강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단연 오하이오주다. 주 전역 20곳의 투표에서 모두 규제안이 이겼다. 전면 금지안이 오른 어배나와 허버드에서는 각각 76%와 77%라는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 AI 산업의 심장부를 자처하던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분노의 뿌리는 생활비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삼킨다.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에서 2023년 4.4%로 늘었고, 2028년에는 12%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식료품과 기름값에 지친 가계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얹히자 인내심이 바닥났다. NB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거주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고,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반대가 57%로 찬성을 앞섰다. 이념이 아니라 고지서가 표심을 갈랐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이미 이 흐름에 올라탔다. 뉴욕주는 이미 주 단위 모라토리엄을 시행 중이다. 올해 1~7월에만 지방정부가 294건의 모라토리엄과 금지 조치를 채택했다. 텍사스의 그렉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를 AI 개발의 중심지라 자랑한 지 1년도 안 돼 신규 허가를 동결했지만 표심을 돌리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후보가 애벗을 꺾으면서 텍사스에서 13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 증설이 멈출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AI 규제 강화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지나친 비관도 물론 경계해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AI 연산 수요 자체가 꺼진 것은 아니다. 규제는 건설을 원천 봉쇄하기보다 입지를 옮기고 비용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데이터센터가 스스로 발전 설비를 갖추고 지역사회에 전력·용수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모델로 재편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견고한 수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전환기의 진통이 얼마나 길고 깊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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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주는 함의는 두 가지다. 첫째, 코스피의 반도체 편중이 곧 미국 지방정치에 대한 노출도라는 사실이다. 오하이오의 한 소도시 주민투표가 서울 증시의 사이드카를 부르는 시대가 됐다. 둘째, 한국 역시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전력망 부족과 지역 수용성 문제는 미국과 다르지 않다. 주민의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인프라는 결국 정치적 역풍을 맞는다는 것을 미국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
AI는 흔히 클라우드라는 가벼운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실체는 전기와 물과 땅이다. 기술 낙관론이 주민의 전기요금 고지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순간 정치가 개입하고, 정치가 움직이면 시장이 흔들린다. 이제 반도체 투자자는 GPU 출하량과 메모리 가격만이 아니라 송전망 확충 계획과 지방의회 안건까지 읽어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는 AI 붐이 넘어야 할 진짜 장벽이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