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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부채위기, 현 사업방식 취약성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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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부채위기, 현 사업방식 취약성 노출”

변동성 큰 화석연료 의존, 부채위기 심화
발전원별 비율, 수력·재생에너지 단 3%에 불과
삼성전자 등 주요기업 RE100 선언, 한전 독점체제 위협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동서발전 울산 LNG복합화력 발전소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동서발전 울산 LNG복합화력 발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부채위기는 현 사업방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국전력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전력요금 정책과 석탄·LNG 등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전력생산 구조는 부채위기를 심화하고, 녹색에너지 전환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일간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전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한전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전력은 긴급한 파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해 30조원대 영업적자가 발생한 한국전력은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 국가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한전채 발행을 기존의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FT는 한전 지분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부채에 허덕이는 한전을 궁지에 몰리도록 내버려두진 않겠지만 ‘국가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전력요금을 유지하고 있는 현 사업방식의 지속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취약성 중 하나로 한국 정부는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한전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보다 3배 이상 높지만, 한국 기업은 중국보다 전기료를 적게 낸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했지만, 추가로 훨씬 더 인상하지 않으면 부채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국가의 수출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한국 정부로선 딜레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일반용, 산업용 평균단가는 중국의 평균 상공업용 구매대행가격(75~85원 수준)보다 39.4~59.2원정도 더 비싼 편"이라며 "한국 정부가 은밀하게 자국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취약성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무방비 상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한국전력의 저조한 실적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은 G20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다는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2021년 한전의 발전원별 비율을 보면 수력·재생에너지는 단 4%에 불과했다. G20 국가의 평균인 24%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석탄(43%), 천연가스(14%) 등 화석연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자력 비율도 39%로 매우 높다.

미국 에너지 경제분석연구소(IEEFA) 크리스티나 응(Christina Ng)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비싸고 변동성이 큰 석탄과 LNG 가격이 영업수익 대부분을 결정하는 데도 한전은 화석연료를 구조적 문제로 고집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아 10년 동안 반복적인 운영 손실을 초래했고, 과도한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진 우리기후솔루션 대표는 “한전이 6개 발전사로부터 공급받는 전력 68.5%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21% 미만(발전량 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재생에너지의 87% 이상이 민간 발전 부문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전은 그룹사 내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발전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에 집중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을 탈탄소화하고 있는 애플처럼 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압력을 받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에게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며 RE100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 내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엠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21.40TWh에 불과해 삼성전자가 한 해 쓴 전력량 22.92TWh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삼성전자 한 기업의 전력 사용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4대 기업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면 재생에너지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한전이 아닌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업체를 찾는다면 이제껏 누려왔던 한전의 전력 판매 독점체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년간 한국의 녹색에너지 전환을 위협했던 한전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젠 상황이 역전돼 오히려 위기에 처한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김 대표는 꼬집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