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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인상 놓고 청와대와 산자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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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인상 놓고 청와대와 산자부 ‘엇박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산자부의 해법은?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추경호(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놓고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요금 인상 폭과 속도 조절을 주문했으나,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21일 산자부 등에 따르면 산자부는 2분기 에너지요금 인상 여부를 국제 에너지 가격 등 대내외적 요인을 살펴 가며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안 장기화, 심각한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폭 수준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요금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추이’와 ‘공기업의 적자와 미수금’,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재 에너지 공기업의 원가 이하의 요금 체계에서는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억누르다 보면 더 큰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의 원가회수율은 전기 70% 초반, 가스 60% 정도로 시간이 지날수록 미수금과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욱 폭 넓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주무 부서인 산자부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수급이 불안하고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유럽과 미국에서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치솟았던 세계가스 가격은 연초 하락한 후 다소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발 이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안이 3~4년간 계속될 것이란 세계 주요 기관의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게다가, 10조원에 이르던 가스공사의 미수금도 이번 달 1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장관은 "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은 가스·전기요금 인상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냥 서민의 고통을 외면할 수도 없는 산자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산자부는 분기별, 연도별 인상 수준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에너지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또다시 요금을 동결한다면 2026년까지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계속해서 인상 신호를 줘야하다고 말한다. 독일은 가스 가격이 8배로 폭등하면서 사용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우리의 상황은 어떤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분을 제때 국내 에너지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2021~2024년 4년간 약 25조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결과도 나왔다.

조경엽 경제연구원 실장은 “정부의 가격규제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결국 세금으로든, 가격 인상으로든 메울 수밖에 없다”면서 “어차피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면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가격 규제보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 변동을 허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