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부동산 욕망은 부표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글로벌이코노믹

부동산 욕망은 부표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미지 확대보기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에 사는 맞벌이 부부 김순지(가명·40)씨는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이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지금의 작은 아파트를 샀다. 온 가족이 집 걱정하지 않고 편히 살 수 있는 삶의 안식처를 찾는, 흔히 말하는 실거주 수요자였다. 150가구 안팎의 아담한 아파트 단지였지만 출퇴근이나 생활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만족했다. 하지만 단지 바로 앞에 있는 2000가구의 재건축 추진 단지 가격이 슬슬 오르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 ‘나 홀로 아파트’를 성급하게 고르진 않았는지 말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내 조급증이 문제야. 빚을 더 내서라도 가격이 오를 만한 재건축 아파트를 샀어야 했어.’

그때부터 김씨는 모바일 부동산 앱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나 동네 아파트의 가격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처음 생각과는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선호가 역전됐다. 애초에 안정적인 거주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던 집이 나중에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다. 목적이란 당연히 자본적 가치, 말하자면 시세의 상승일 것이다. 어찌 보면 집에 대한 김씨의 생각이 거주 마인드에서 투자 마인드로 바뀐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스스로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간의 조건인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선호(취향)의 일관성’이다. 선호의 일관성이란 쉽게 말해 한 번 김치를 좋아하면 죽을 때까지 김치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어로 바꿔 말하면 ‘중꺾마’라고나 할까. 이 말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축약어다. 그런데 감정의 동물인 인간이 어디 그런가? 하루에도 변덕이 죽 끓듯 생각이 몇 번씩 바뀌는 게 인간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2001)에서 상우(유지태 분)는 연인의 변심에 이런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권태기에 접어든 연인은 묵묵부답일 뿐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변심은 없다. 사랑은 상대방을 주관적으로 ‘선호’하는 것이다. 사랑이 그렇듯 일상적인 삶에서도 선호는 불변이 아니라 가변적이다. 당신은 아파트를 이용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주위 많은 사람이 재테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치자. 처음에는 당신의 생각이 유지되겠지만 계속 독야청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소속 집단의 사고에 쉽게 동조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동산과 삶에 대해 나만의 독특한 철학이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김씨의 생각 변화는 인간의 선호나 욕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가변적인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주치는 상품 광고는 우리의 선호나 욕망을 수시로 바꾸도록 부추긴다. 언론에서도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라는 그럴듯한 구호로 돈벌이 욕망을 자극한다. 사실 처음부터 투기를 작정하고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경우 애초에는 이용 목적으로 접근했다가 여차여차한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투기를 하게 된다. 1830~1850년대 미국에서 농장 주인들은 처음에는 면화를 경작하기 위해 농지를 매입했지만, 땅값이 오르자 생각이 달라졌다. 자본 이득을 노리고 농장을 저당잡힌 뒤 빚을 더 내 투기 대열에 뛰어들었다.
토지 시장이든 아파트 시장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100% 실수요자란 없다. 현재까지만 실수요자다. 실수요자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투기적 수요로 돌변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하면 고배당 주식 투자자를 자처하던 사람도 성장주에 손을 댄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인간의 욕망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부표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도 인간의 심리를 감안하고 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투기꾼을 무조건 탓하기보다는 투기꾼이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환경과 제도를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