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효과 있었지만 엔저 고착으로 수출 악영향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역시 연준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자가 내뱉은 몇 마디 말들이 뉴욕 증시를 사상 최고의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85.48p(0.54%) 상승한 15,961.70을 기록했다. S&P500지수도 전일보다 7.56p(0.42%) 상승한 1,798.18,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보다 13.23p(0.33%) 상승한 3,985.97을 기록했다. 3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아니 더 확대되던 국면에서 세계 금융시장은 옐런 효과라는 당의정(糖衣錠)을 건네받았다. 그의 능수능란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말솜씨에 시장은 매혹당했다. 정치권도 일순간 조용해졌다. 언제든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그를 비둘기파로 몰려던 매파들이 동족 냄새를 맡았다. 12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낮춰 당장의 혼란을 막으면서 여전히 내년 1월 또는 3월의 가능성을 내비췄다. 노련했다.
지난 14일(미국시각) 재닛 옐런에 대한 의회 청문회장에서 옐런은 양적완화 필요성을 유감없이 쏟아냈고 때가 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도 했다. 어정쩡한 중간적 입장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청문회와 개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금융규제도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며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부터 살려놓은 뒤 금융규제를 충분히 하겠다”고 응수했다. 양적완화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대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위해 지금 양적완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내년 1월쯤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성장지상주의자인 옐런은 주식시장에 대한 과열 거품론도 일축했다. 과열론의 근거가 된 미국 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6.1로 지난 30년 평균(16)을 웃도는 수준) 문제는 성장으로 불식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옐런이 지금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을 기우라고 천명한 이상 미국의 성장 지상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양적완화를 내년 초 축소하더라도 완료 시기를 뒤로 미루고 제로금리를 연장해 가면서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
옐런효과는 한국 증시를 모처럼 큰 폭으로 반등시켰다. 하지만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을 100엔대에 안착시키며 엔저를 가속화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업체들을 혼란에 빠트릴 악재다.
15일(이하 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옐런 효과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유로와 파운드, 호주달러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모두 상승했다. 인도 루피화, 브라질 헤알화, 터키 리라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남아공 랜드화 등 ‘5대 취약통화’(Fragile 5)로 불리는 신흥시장 통화들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독 엔화 가치만 급락했다. 전날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여파로 4.5원이나 떨어졌지만 엔-달러 환율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옐런 효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데 엔-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이어가 한국 경제를 당혹케 하고 있다.
달러-엔이 지난 9월초 이후 처음으로 100엔선을 넘어섰고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65.88원까지 밀려났다. 엔-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기업들로서는 미칠 일이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일본도 다른 나라처럼 환시장 개입을 위한 외환보유액을 쌓아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한 주간지는 “일본 아베정부가 원화를 대거 매입해 원화 가치를 이상 급등시켜 한국 경제를 교란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엔저에도 우리 경상수지가 견조한 흐름 보이면서 엔-원 수준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줄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채권시장의 부진은 옐런효과의 생명력이 길지 않으리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요소이다. 이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01% 오른 2.70%를 나타냈다. 양적완화 축소 지연으로 연준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지속될 예정인데도 채권값은 떨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면 코스피는 반대로 떨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최근 두드러졌던지라 미국채의 부진은 분명 악재다.
오바마 케어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연방정부의 셧다운과 부채 한도 증액 협상 등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낳는 사건들이 많았다.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조정과 셧다운 해결에 합의했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이다. 이 시간 이후에도 셧다운과 미국 디폴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결국 옐런효과라는, 사탕 바른 약에 시장이 잠시 반응했다고 그 단맛에 一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