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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돌풍, NH투자증권 딜레마… 최대주주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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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돌풍, NH투자증권 딜레마… 최대주주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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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케이뱅크가 폭발적 반응을 보이면서 주요주주로 참여한 NH투자증권도 함박웃음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케이뱅크가 잘 될수록 NH농협금융지주의 최대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어정쩡한 관계를 감안하면 NH투자증권 입장에서 케이뱅크가 잘 되기도, 안 되기도 바랄 수 없는 애매한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케이뱅크 흥행몰이, 일주일 새 신규 가입자 15만명, 수신금액 1000억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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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예상 밖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케이뱅크가 영업 시작 일주일 만에 신규 가입자는 15만명을 웃돌고 있다. 정기예금특판도 1, 2회차 모두 완판하는 등 고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예상 밖 반응에 NH투자증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전문은행에 합승한 케이스다.

애초 인터파크컨소시엄(I-뱅크)에 주요주주로 참여했으나 I-뱅크가 지난 2015년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심사를 통과한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인 현대증권이 보유중인 지분 10%를 지난해 7월에 전격인수하며 기사회생했다. 케이뱅크가 출범 1주일 새 총 수신금액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I-뱅크에서 케이뱅크로 갈아 탄 당시의 결정에 대해 호평일색이다.

흥미로운 것은 케이뱅크가 잘 될수록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편의성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거나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공신력뿐 아니라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가능해 시중은행과 수신 측면에서 다소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증권사가 인터넷은행에 참여한 곳은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두 곳뿐이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지분 57.6%를 보유한 대주주다. 6월 카카오뱅크 영업 예정으로 은행업에 본격적 진출을 앞두고 있으나 은행이 신규사업 영역으로 자회사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신운용 등 업무가 겹치는 영역이 거의 없어 증권은행간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좀 다르다. NH투자증권의 최대 주주는 지분 49.11%를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주도권을 잡으면 자회사인 은행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와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계좌 등 인터넷뱅크 전용상품을 준비 중으로 오는 7월쯤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시너지 문제없다…비대면 상품라인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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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의 돌풍에 NH농협은행은 대응전략을 구상 중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자리 잡는 과정으로 본다”며 “비대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온라인 쪽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과 케이뱅크의 협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체 농협으로 봤을 때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케이뱅크가 잘 되어 수익을 내면 결국은 농협 전체의 수익으로 발생한다”며 “독립경영 차원에서 자회사 간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으로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와 시너지를 내더라도 마켓 셰어를 뺏긴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 영향력을 무시하기에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래도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며 “케이뱅크보다 다른 은행의 것을 뺏는 등 마켓 셰어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회사를 교통정리해야 할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NH투자증권과 케이뱅크의 협업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미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의 시너지차원에서 복합점포를 하고 있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NH투자증권의 인터넷은행 참여는 증권이 은행보다 고객군이 적기 때문”이라며 “고객 확장성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지분투자를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단 NH투자증권-케이뱅크 지분 참여-NH농협은행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도 안 됐다”며 “지금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스케줄대로 케이뱅크와 협력에 주력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나쁜 게 없다”며 “케이뱅크 돌풍은 NH농협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은행의 이슈이며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이 경쟁하는 게 고객 입장에서도 좋고, 은행도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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