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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초대형IB 단물만 먹었다?... 기업 자금지원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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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초대형IB 단물만 먹었다?... 기업 자금지원 미흡

기업신용공여 자기자본 35.5% 수준, 하나금융투자 8.2% 불과
신용융자, 주식담보대출 등 선호, 부동산 등 규제로 위험관리한계
증권사별 기업신용공여 비중, 자료=금융감독원이미지 확대보기
증권사별 기업신용공여 비중,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 초대형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차원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으나 실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신용공여)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중위험중수익 투자규제에 따른 위험회피자산 감소로 과감한 기업신용공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 허용 등 인센티브…순수 중소기업 신용공여 2.9% 그쳐


증권사 초대형IB를 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초대형IB를 도입했으나 본래 취지인 기업금융투자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충분한 자본력을 토대로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해 증권사의 기업금융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3년 10월에 도입된 제도다.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기업 신용공여업무, ’신규 자금조달(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 허용, 신용공여 한도 확대(자기자본 100%→200%)같은 다양한 인센티브(규제완화)를 부여했다.

금융당국은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줬음에도 기업관련 신용공여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신용공여는 채무자의 신용을 바탕으로 일정기간 채권자의 자본을 활용하도록 자본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종투사의 기업 신용공여 총액은 14조2706억 원으로 지난 2013년 말 3865억원 대비 36.9배 늘었다.

속을 보면 다르다. 기업신용공여 총액은 종투사 자기자본(40조2000억 원)의 35.5% 수준이다. 유형별로 보면 중소기업과 기업금융 업무 관련 신용공여가 9조8000억 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신용공여는 7조4000억 원으로 기업 신용공여 총액의 51.7%를 차지했지만 특수목적법인(SPC)•부동산(7조1000억 원)을 제외한 순수 중소기업 신용공여는 2809억 원으로 기업 신용공여 총액의 2.0%에 그친다.

PF자문•주선업무, 기업인수과 합병의 중개•주선업무, 모집•사모•매출의 주선업무 같은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의 부동산쏠림현상도 두드러졌다. 규모는 4조7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PF대출‧인수금융이 4조3000억 원으로 대부분(92.5%)을 차지했다.

증권사별 자기자본 대비 기업신용공여 비중을 보면 메리츠증권(115.8%), NH투자증권(45.1%)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3분기 기준 자기자본 9조5000억 원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22.1%에 그쳤다. 하나금융투자는 8.1%로 최하위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신용공여의 질적 측면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은 미미하고, 모험자본 공급 등 위험을 인수하는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이 미흡했다”면서 “대부분 종투사가 기업 신용공여 대비 안전하고 높은 수익이 가능한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등 투자자 신용공여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 규제강화 기조…기업신용공여 위축 불가피


업계는 규제 탓에 기업금융 쪽으로 드라이브를 걸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사례가 발행어음이다. 발행어음은 발행자가 약속한 기간 동안 어음 보유자에게 약정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존에 없는 수신기능이 추가돼 투자여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2017년 12월, NH투자증권은 2018년 7월, NH투자증권이 2019년 6월부터 발행어음을 판매 중이다.

단 자기자본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아직 답보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고발조치를 하지 않아 발행어음 사업인가의 길이 열렸으나 운용과 부동산PF규제 강화로 발행어음 신청여부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F 사업에 증권사가 자기자본 이상의 채무보증을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국내 주거용 부동산은 투자액 전액이 채무보증액으로 반영하며, 영업용순자본 산정 시에도 국내 주거용 부동산 사업 대출액은 전액 차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 당국의 규제강화에 초대형IB의 기업신용공여가 되레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만기가 최대 1년으로 고정됐으며, 3개월/1년 기준으로 유동성비율을 100% 넘게 확보해야 한다”면서 “만기가 긴 기업금융 자산의 편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의 부동산 PF는 중위험 중수익성격으로 모험자본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일종의 버퍼(완충제)역할을 한다”면서 “버퍼역할을 하는 자산을 줄이면서 위험이 큰 중소기업 기업공여를 늘려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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