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14:06
지난 21일은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冬至)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팥죽을 먹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팥죽 한 사발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후딱 비웠다. 동지에 왜 팥죽을 먹을까.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는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다. 우리 선조들은 붉은색을 띤 팥을 태양, 불, 피 같은 생명의 표지로 여겨 음의 기운을 물리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생일날 수수팥떡을 하거나 고사 지낼 때 팥으로 된 떡이나 음식을 하는 이유도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 24절기는 태양력에 의해 자연의 변화를 24등분해 표현한 것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2024.12.18 13:45
한 해가 저무는 12월, 서울 천변을 따라 걸었다. 서울숲을 출발해 중랑천을 거슬러 오르다가 살곶이다리를 거쳐 청계천을 따라 흥인지문까지 걸었다. 11.5㎞나 되는 제법 먼 길을 벗들과 함께 걸으며 지난 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개인의 삶이란 결국 자신이 걸어온 길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울숲을 가로질러 성수대교 방향으로 나오면 한강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저자도란 섬이 있었다. 이곳의 모래를 써서 강남의 아파트를 지으면서 섬은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강바닥이 높아 물이 얕은 까닭에 옛 저자도로 내려오는 중랑천 하구에는 물새들이 모여든다. 용비교 아래 다리를 건너 응봉산을 왼쪽에 두고 중랑천을 거슬러2024.12.11 14:24
제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도 시간의 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땅거미가 지기도 전에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성탄 트리를 보면 무정하게 흐르는 시간의 물결에 떠밀려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을 피해 잔뜩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치다가 새빨간 열매를 가득 달고 서 있는 산수유나무를 보았다. 여름내 무성하던 초록 잎에 가려져 있다가 찬 바람에 잎이 진 뒤에야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른 봄날, 샛노란 안개를 피워 올리듯 노란 꽃송이를 달고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던 나무인데 꽃 진 뒤 까맣게 잊고 살다가 이 겨울 들머리에 다시 열매로 만나다니…. 산수유 열매는 정2024.12.04 14:28
117년 만의 ‘11월의 폭설’로 북한산이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눈에 덮여 한 폭의 설경 산수화로 변신한 북한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친견하고픈 욕심에 아침 일찍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지난겨울, 장비도 없이 나섰다가 고생을 했던 터라 아이젠과 등산 스틱까지 꼼꼼히 챙겼다. 눈을 보고픈 마음이 나뿐만은 아니어서 등산로엔 제설제도 뿌려져 있고, 많은 사람이 오르내린 탓인지 눈도 다져져서 걸음을 옮기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정작 어려운 것은 등산로 곳곳에 폭설로 부러진 나뭇가지와 쓰러진 나무둥치가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에 내린 폭설은 내린 양도 많았지만, 눈이 물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濕雪)이2024.11.27 13:56
세월의 물살이 여울져 흐르는 11월의 끝자락, 창 너머로 보이는 몇 닢 남지 않은 벚나무 잎이 찬 바람에 떨고 있다. 꽃 진 빈자리를 메우며 초록으로 무성하던 잎들이 색색으로 물들어 찬란하던 나무들이 서서히 알몸을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늦은 탓인지 아직도 초록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활엽수는 잎을 떨구고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잎이 진 나무들이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나목의 가지 위에 빛나는 것들,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네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감나무의 홍시나 모과가 그렇고 숲길에서 만나는 붉은 찔레 열매나 팥배나무 열매, 보랏빛 작살2024.11.20 15:09
낙엽 세상이다. 찬비 내리더니 거리는 온통 낙엽의 물결이다. 11월이 되어도 푸른 빛을 버리지 못했던 가로변의 은행잎들이 어느새 노랑나비 떼가 되어 바람에 몸을 던지고 느티나무·벚나무·플라타너스 낙엽들이 어지러이 거리를 덮고 있다. 곱게 물든 단풍잎을 책갈피에 갈무리하던 가을의 낭만을 떠올릴 틈도 없이 낙엽을 쓰는 청소부들의 손길만 분주하다. 이렇게 바람 불고 낙엽이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면 까닭도 없이 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걷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나는 단풍나무와 신나무가 곱게 물든 잎을 페르시안 카펫처럼 깔아놓은 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걷다가 숲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섰다. 문득 숲이 궁금해졌기 때문2024.11.13 10:54
지난주 금요일 숲 모임 벗들과 양주 불곡산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불곡산은 경기도 양주의 진산으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양주역에 내리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서 수도권에서는 어디서나 접근이 쉬운 산이다. 단풍으로 화려하던 산빛이 절정을 지나 점점 갈색으로 바뀌는 만추의 산행길은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다. 화려하던 단풍의 시간을 지나 바닥으로 내려앉아 서로 몸을 부비며 말라 가는 낙엽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등산로마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을 산행도 이제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단풍이 그리 곱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지만, 내게는 올해의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단풍으로 기억에 남아 있2024.11.06 14:30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이다. 초록 일색이던 산빛이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절정으로 치닫다가 샛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가을은 대미를 장식한다. 가을의 감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방학동 은행나무를 찾아간다. 서울시 지정 보호수 중에 수령이 제일 오래된 방학동 은행나무는 어느 때 찾아가도 깊은 감동을 주지만 은행잎이 순금 빛으로 빛나는 만추(晩秋)의 자태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큼 찬란하다. 천 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도 어찌 저리 곱디고운 찬란한 잎을 내어 달 수 있는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절정의 순간은 매우 짧다. 찬란하게 금빛으로 빛나던 은행잎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가지를 떠나 비처럼2024.10.30 14:41
바야흐로 단풍철이다. 비록 가을 폭염으로 인해 ‘지각 단풍’의 오명을 썼지만, 산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듯 여지없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휴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국립공원 도봉산에는 단풍놀이 나온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도봉산의 사찰에서 열리는 ‘산사음악회’나 구경할까 집을 나섰다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어찬 인파에 놀라 발길을 돌려 산으로 향했다. 기왕 산을 오르는 김에 도봉산 중에서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만월암 계곡으로 길을 잡았다. 등산로를 가득 메우던 사람들도 경사가 가파르고 유난히 계단이 많아서인지 만월암 등산로는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였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곱게 물든 이파리를 달고2024.10.23 13:41
주말 동안 내린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23일이 바로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라고 하니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에 선 듯하다. 24절기 가운데서는 18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의미한다. 실제로 상강 무렵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고,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면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된다.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하는 게 상강 무렵이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가을 산을 보러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때도 이 무렵이다. 유난히 길었던 더위의 영향으로 단풍이 늦어져서 상강 무렵인데도 멀리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여전히 초록2024.10.16 15:00
며칠 새 창 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가의 대왕참나무가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김영민 교수는 ‘가벼운 고백’이란 책에서 “상반기가 속절없이 가버렸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음력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조락(凋落)의 계절, 가을이 되면 나 역시 세월이 여울물 소리를 내며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낀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것도 스치듯 빠르게 지나가는 가을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이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설악산행이었다. 지난여름에도 다녀왔는데 또 가느냐는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낭을 챙겨 설악으로 향했다. 한계령에서 시작해 대청봉까지 올랐다가 중청, 소청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2024.10.09 13:08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절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백운대를 올랐다. 개천절처럼 명토 박힌 날은 집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기보다는 왠지 산에라도 올라 일출을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백운대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북한산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만경대, 인수봉과 함께 삼각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세 봉우리 중 유일하게 도보 산행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백운대는 북한산 특유의 장쾌하고 시원한 바위산의 조망이 펼쳐져 일출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검푸른 새벽, 자전거를 타고 우이동 버스 종점까지 이동한 뒤 신발끈을 조여 매고 도선사 주차장을 향해 비탈진 산2024.09.23 13:26
완연한 가을이다. 좀처럼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던 무더위도 비에 쓸려간 듯 바람은 싱그럽고, 드높아진 하늘에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은 세상의 초목들을 따사롭게 감싸며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내 주위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를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밖으로 나가 자연 속을 걷는 것이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조각난 하늘보다 밖으로 나가 고개 젖혀 하늘을 바라보며 떠가는 구름과 구름을 밀고 가는 바람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어제와 사뭇 달라진 먼 산빛과 나뭇잎에 이는 바람결의 변화를 읽다 보면 내 안에도 가을빛이 들어찬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천변엔 억새와 수크령, 강아지풀과 같은 볏과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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