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3 13:13
비 예보가 있었지만 아침 일찍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구파발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북한산성 입구에서 내렸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비안개가 서서히 산허리를 휘감으며 위로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기온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한 전형적인 장마철 날씨였다. 운무에 싸인 북한산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정적이면서도 신비롭다. 수량이 풍부해 물소리가 요란하던 계곡은 그간의 가뭄 탓인지 가늘어진 물줄기가 숨죽여 흐르고, 한껏 짙어진 녹음 속에 꽃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나는 길섶에 개망초와 자주꿩의다리, 각시원추리 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2025.07.16 13:38
이른 새벽 배낭을 메고 새 등산화를 신고 도봉산으로 향했다. 도봉산은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처럼 날마다 바라보아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산이다. 단 한순간도 머물러 있는 법이 없이 구름과 바람과 빛과 함께 시간 속을 흐르며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없이 깊고 너른 품 안에 숱한 생명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전모를 드러낸 적 없는 신비에 싸인 도봉산은 늘 나를 향해 손짓하곤 한다. 봄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엔 시원한 숲과 계곡의 물소리가 더위를 잊게 한다. 가을에는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흰 눈 덮인 바위와 고요한 풍경이 도드라지는 도봉산은 계절마다 색다른2025.07.09 13:21
7월로 접어들면서 연일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낮게 드리워진 먹구름 낀 하늘처럼 우울해지기 쉬운 요즘 천변을 걷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노란 황금색 꽃이 풍성하게 피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모감주나무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에 달해 꽃이 귀한 시기에 샛노란 꽃을 가득 달고 선 모감주나무는 여러 나무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존재감을 뽐내기에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장마로 지친 우리의 심신을 단박에 환하게 해준다. 모감주나무는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어 분포하고 있어 중국에서 모감주나무 열2025.07.02 13:30
마침내 7월이다. 7월은 작열하는 태양과 함께 무더위로 시작된다. 습도는 높고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 뜨거워서 야외 활동 자체가 쉽지 않다. 자연스레 바깥출입은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이나 푸른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숲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담장을 타고 오른 능소화의 요염하고 화려한 자태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어느 시인은 능소화를 두고 ‘태양을 능멸하며 피는 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나 저녁노을 빛을 닮은 연한 주황색 꽃을 오래 보고 있으면 요염하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한 느낌을 준다. 능소화라는 꽃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여2025.06.25 12:57
하지(夏至)가 지나면서 태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찍 시작된 장마가 한 차례 비를 퍼붓고 간 뒤 비구름이 비껴간 하늘에선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거리를 지날 때면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더운 바람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그런 중에도 꽃들은 함초롬히 피어 더위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 있는 원추리꽃이나 비비추, 백합들을 보면 이 정도의 더위쯤이야 참을 만하고, 소공원의 초록 그늘에 앉아있으면 그늘 너머 태양의 열기도 견딜 만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갈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해진 탓에 폭염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뜨거운 햇볕2025.06.18 13:14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을 깬 아침, 나는 습관처럼 창가에 앉아 창밖을 살핀다. 뿌연 비안개에 가려 도봉산이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올해 장마는 역대 세 번째로 이르게 시작되는 장마라고 한다. 장마는 북쪽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생기는 정체전선에서 시작된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반복적으로 충돌하며 비구름대를 만드는데 이 전선이 한반도 상공에 머물며 며칠씩 강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밖에 나가 꽃을 보거나 나무들의 안부를 묻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다리를 다쳐 외출이 쉽지 않은 터라 당분간은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게 생겼다. 그렇지2025.06.11 13:39
도봉산의 암봉(巖峰)들이 정겹게 말을 걸어오는 아침, 창가에 앉아 산을 한참 바라보며 ‘산멍’을 한다. 다리를 다친 후로 새로 생긴 습관이다, 거의 매일같이 산을 오르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보니 등산은커녕 입산(入山)조차 어려워졌다. 그렇다 보니 기껏해야 창가에 앉아 망산(望山)이나 하며 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게 고작이다.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은 손끝에서 피어난다’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리움이 곧 손 닿지 않는 거리에 대한 간절함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산을 좋아하긴 해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창 너머 초등학교 담장에 선홍색 장미2025.06.04 13:28
어느새 유월이다. 새삼 세월의 속도를 실감한다. 봄은 기다리느라 더디 오지만 여름은 기다리지 않아도 빠르게 찾아온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발을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숲을 찾지 못했다. 숲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천변에 나가 꽃들의 안부를 묻곤 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아카시아와 이팝나무꽃이 시들고 자전거 도로 옆 산딸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워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노랑 코스모스와 선홍의 꽃양귀비가 물결을 이루며 피어 있는 모습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황홀하다. 그 원색의 꽃밭에 홀린 듯 자전거 페달을 밟아 찾아간 그곳에서 보리밭을 만났다. 구청에서 조성해 놓은 천변의 너른 밭에2025.05.28 13:23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한낮의 태양은 후끈한 여름의 열기를 뿜어댄다. 숲은 신록을 지나 이제 초록 그늘로 짙어졌다. 일주일 전, 산에서 발을 헛디뎌 발이 삐끗하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발이 금세 퉁퉁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했다. 병원에 가니 골절이란다. 깁스나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의사는 입원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꼼짝없이 병원에 발이 묶였다. 아침마다 하던 산책도 거르고 병원 침대에 누워 TV나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따분한 일상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옥상 정원에 올라가 바람을 쐬며 작은 정원의 꽃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짧은 입원 기간을 통해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2025.05.21 13:12
올봄은 유난히 비가 잦다. 언제부턴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국지성 호우가 수시로 퍼붓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비가 자주 내린다고 시절을 탓하기도 어렵고, 찔레꽃 필 무렵인 모내기 철에 비가 오지 않아 농부들의 애를 태우는 통에 생겨난 ‘찔레꽃가뭄’이란 옛말을 언급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숲의 초록은 한층 짙어지고, 초록이 짙어질수록 흰색 꽃이 자주 눈에 띈다. 둘레길에서 마주치는 쪽동백이나 때죽나무, 흔히 아카시아로 불리는 아까시나무꽃이라든가, 이팝나무꽃·산딸나무꽃 등 흰 꽃들이 초록 위에 순백의 수를 놓고 있다. 그중에도 흰 찔레꽃2025.05.14 13:21
봄이 무르익으면서 아침마다 숲길을 산책한다. 3㎞ 남짓,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집 가까이에 산이 있음에 감사한다. 집을 나서 5분만 걸으면 울울창창한 초록 숲의 품에 안길 수 있으니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숲으로 가는 길에는 날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서 나를 반긴다. 매번 꽃들과 눈 맞추느라 나의 발걸음은 자꾸 느려지곤 하지만 나 홀로 산책이라 남의 눈치 볼 일도 없으니 나는 그 느림을 즐긴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는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했다. 산책하며 마주치는 꽃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취해보는 그 시2025.05.07 13:29
오월이다. 신록은 푸르르고 온갖 꽃들이 만발해 생기로 충만해 있는 계절, 도심의 소공원을 산책하다가 운 좋게도 은방울꽃을 만났다. 넓은 초록 잎 사이로 마치 수줍음 타는 아가씨처럼 숨은 듯 피어 있었다. 꽃대에 매달린 작은 꽃송이를 자세히 보면 통꽃인데 여섯 갈래의 잎끝이 뒤로 살짝 말려 있다. 순백의 은방울꽃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피어 있는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은은하게 번지는 감미롭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은빛 방울 소리가 들릴 듯한 착각마저 인다. ‘좋은 술은 깊은 골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처럼 감미롭고 환상적인 은방울꽃의 향기는 넓고 푸른 잎 사이에 숨다시피 고개2025.04.30 13:56
4월의 산과 들은 생명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온통 꽃이고 푸른 잎이다. 꽃들의 화려한 색과 어우러진 연두와 초록의 잎들, 햇빛이 비친 나뭇잎들은 보석처럼 빛난다. 소리 없는 생명의 아우성이라고나 할까. 이제 천지간이 초록으로 가득하니 생명의 호흡이 느껴지며 가슴이 설레어 숲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북한산 둘레길의 한 자락인 왕실묘역길은 내가 자주 찾는 아침 산책 코스 중 하나다. 길가의 석축 사이에 만개한 영산홍과 철쭉들의 꽃에 취해 숲길로 들어서면 찰랑거리는 초록의 나뭇잎들이 마치 나를 향해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물 소리, 초록의 잎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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