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8 10:34
당신의 봄은 무탈하십니까? 꽃보라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걸어 나올 때 지인의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온 건 문자와 함께 부록처럼 따라온 명자나무 꽃사진 때문이었다. 꽃은 사람을 위해 피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잎이 피기도 전에 가지마다 환한 꽃등을 내어달던 벚나무들이 함부로 꽃비를 뿌려대고 그 뒤를 따라 지는 백목련 새하얀 꽃잎이 누렇게 변색되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울해지던 참이었는데 무탈하냐는 문자를 받고 보니 우울도 사치란 생각이 든다. 그저 아무 탈 없이 봄을 건너가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을 수2018.04.11 11:07
벌써 백목련이 지고 있다.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의 순결함으로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던 백목련이 지는 모습은 짧은 봄날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 순결의 상징 같은 하얀 꽃잎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커피색으로 시들어가는 백목련 꽃잎을 보면 인생무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필 때나 질 때나 그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은 작은 들꽃에게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가장 눈부시게 피어난 꽃이라서 지는 모습이 참혹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는 모습이 지저분하다는 것은 피어날 때 그만큼 아름답고 눈부셨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람도 없는데 꽃잎을 지상으로 내려놓는 백목련 꽃나무 아래를 서성이면서 꽃의 시간2018.04.04 10:02
4월이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아무리 감성이 무딘 사람이라도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난 꽃들이 벌이는 화려한 색채의 향연에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게 되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밖만 나서면 세상이 온통 꽃 천지다. 진달래, 개나리는 물론이고, 산수유, 매화, 살구꽃, 앵두꽃, 백목련 등 일제히 궐기라도 하듯 동시다발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려 천지간이 황홀경이다. T.S.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4월이야 말로 꽃의 달이요, 칙칙한 겨울 빛에 잠긴 세상을 화려한 꽃의 세상으로 바꾸는 혁명의 달이다. 일찍이 헤르만 헤세는 ‘자연은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라고 했다. 거기2018.03.28 11:11
산책길에서 보랏빛 제비꽃을 만났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고 했는데, 산책길에서 찬바람에 떨고 있는 제비꽃과 마주친 순간, 나는 봄을 직감했다. 앙증맞은 제비꽃이 봄이 왔음을 인증이라도 하듯 내 가슴에 보랏빛 꽃 도장을 꾹 눌러 찍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에게도 제비꽃 피는 봄이 찾아온 것이다. 제비꽃은 꽃의 모양새가 하늘을 나는 제비를 닮아서, 제비가 돌아오는 삼월 삼짇날 즈음에 피어서 제비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조선시대에는 오랑캐꽃이라 불렀는데 이는 이 꽃이 필 무렵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노략질을 일삼은 때문이라고도 하고, 꽃송이 뒤의2018.03.21 10:41
마침내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마른 잔디 위로 돋아난 새싹들도 어느새 한 뼘씩 자라 있다. 박노해 시인은 ‘봄은 보는 계절’이라 했는데 정말 봄은 우리의 눈길을 따라 오는 것 같다. ‘봄’의 어원이 ‘보다’의 명사형이라는 주장처럼 봄이 시각의 계절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봄이 눈길만 따라 오는 것은 아니다. 봄나물을 먹어야 봄이 온다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봄은 미각을 통해서도 온다. 겨우내 우리를 성가시게 하던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남녘에서 꽃소식이 날아들 무렵이면 나의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물바구니를 들고 달래,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2018.03.14 10:53
아카시아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과수원길’이란 동요가 떠오른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되는 박화목 작사의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튀밥처럼 하얀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시골 풍경이 그려지며 코끝을 스치는 그윽한 꽃향기에 절로 눈이 감겨오는 듯한 착각이 인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 운동(#MeToo)이 들불처럼 번지는 요즘이다. 날마다 새롭게 터져 나오는 미투 폭로 기사를 접하며 나는 생뚱맞게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나무는 콩과의 상록교목으로 북미대륙이 원산인 아까시나무다. 이 나무는 1897년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2018.03.07 09:35
마침내 3월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3월을 가리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암소가 송아지 낳는 달’, ‘한결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달’이라고 한다. 3월이 되면 긴 동면에서 깨어난 대지가 새싹을 밀어올리고 꽃눈을 틔우며 나무들은 헐벗은 가지에 연두색 새잎을 차려입기 시작한다. 벌레 알에도 푸른빛이 돌고 제비도 지난 가을 비워 둔 옛집을 찾아 날아든다. 인디언들의 표현대로 무엇 하나 한결 같은 게 없는, 날마다 새롭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3월이 되면 어딘가에 꽃이 피어 있을 것만 같아 자주 숲을 찾게 된다. 아직 뺨을 스치는 바람은 맵고, 겨울 빛을 지우지 못한 숲은 잿빛 침묵에 잠겨 있지만 자세히 숲을 살2018.02.28 08:44
지난 토요일 K박사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K박사는 중졸의 학력으로 택시운전사로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는 배움의 노력으로 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후 독학으로 학력을 인정받고 가시밭길을 헤쳐 나와 노동법의 권위자로 기업의 노사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에서 수많은 강연과 기부활동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중에도 배움의 열망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그의 출판기념회장으로 향하며 나는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란 식물학적 용어를 떠올렸다.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는 독일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2018.02.21 09:59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다. 이제 계곡의 물소리도 점점 명랑해지고 겨우내 바람을 타던 수양버들 가지에도 곧 봄이 도착할 것이다. 천 가닥, 만 가닥의 실을 풀어놓은 듯 가느다란 가지위로 연둣빛 안개가 서린 듯 푸른 기운이 돌고 버들강아지가 탐스럽게 피어나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버들가지가 휘늘어진 빨래터에서 들려오던 빨래방망이질 소리와 아낙네들의 햇살처럼 밝은 웃음소리가 낭자하던 유년의 봄은 참으로 눈부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운 풍경 중의 하나다.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여 희자매가 부른 ‘실버들’이란 노래가 있다. 실버들은 가지가 실처럼2018.02.14 09:56
지구인의 축제 평창올림픽이 화려한 개회식과 함께 막이 올랐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점화로 달항아리 성화대에 성화가 타오른 뒤 이어 펼쳐진 비보이 댄싱팀 저스트 절크의 환상적인 퍼포먼스 도깨비 난장이 단연 세간의 화제다. TV로 중계되는 개회식 장면을 보면서 모두가 경이롭고 화려했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도깨비 난장 퍼포먼스였다. 흥과 열정이 넘치는 빨강도깨비들의 칼군무를 보면서 나는 조금은 생뚱맞게 늦가을에 피는 여뀌꽃의 전설을 떠올렸다. 옛날 옛적에 달 밝은 밤이면 도깨비들이 사람들을 홀리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곤 했는데 문가에 여뀌꽃을 심어놓으면 마을로 내려온 도깨비들이 밤새도록 여뀌꽃을 헤아리2018.02.07 09:52
밤이 길수록 별이 빛나듯 겨울 한파가 매울수록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어쩌면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생각해 낸 것도 팍팍한 삶과 고통스런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상향으로 번역되는 유토피아(utopia)는 세상에 없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으로 빚은 이상향이 곧 유토피아인 셈이다. 동양의 대표적인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무릉도원’은 말 그대로 복사꽃이 만발한 동산으로 별천지를 이르는 말이다. 옛날 어느 어부가 고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가다가 계곡물에 복사꽃잎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하고 그곳이 궁금하여 배를 버리고2018.01.31 10:22
지난 토요일, 인사동에서 조촐하게 시집 출판기념회를 마쳤다.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몹시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축하해 주었다. 2시간 넘게 무대 위에서 북콘서트를 진행되는 동안 오롯이 나는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나를 향해 있었고, 나는 대중이 주목하는 가운데 나의 삶과 문학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 북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꽃이 민들레였다. 수많은 꽃 중에 왜 민들레였을까. 그것은 무의식중에 부박한 나의 삶이 민들레와 닮아 있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제외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문밖만 나서면 어디서나 쉽2018.01.29 13:28
지난 시간에는 선비의 은둔 (隱遁) 중 조은 (朝隱)에 대해 설명하였다. 다음은 시은(市隱)과 야은 (野隱)을 설명하겠다. 선비의 은둔 (隱遁) 두번째는 市隱(시은)이다. 이는 시장(저자거리) 속에서 은둔한다는 의미이다. 선비의 공부를 한 사람이 어느 수준이 되면, 시장(대중적인 삶을 뜻한다)에서 다른 일을 하며, 수련과 수양을 계속한다는 의미이다. 드러난 양반의 신분이라면 출사를 하고, 평민의 계급이라면 시은을 택한다. 그 옛날에는 고구려시대의 무술대회 등으로, 신분의 상승길이 보장 되었으나, 점차 그 길마저 막히니 세습된 양반계급이 아니면, 출사 자체가 막혀 시은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선비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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