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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반도체 기업 마벨, 중국 R&D 인력 320명 전원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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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반도체 기업 마벨, 중국 R&D 인력 320명 전원 해고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이 지난해 상하이와 청두 연구 개발팀 축소에 이어 5개월 만에 연구 개발팀 전원을 해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 그룹이 지난해 상하이와 청두 연구 개발팀 축소에 이어 5개월 만에 연구 개발팀 전원을 해고했다.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그룹(MRVL)이 중국 연구 개발(R&D)팀 전원을 해고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상하이와 청두 지사의 R&D 인력 대부분을 해고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21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산업 포털 아이지웨이(爱集微·ijiewei)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중국 해고는 마벨의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의 주요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정리해고는 지난 10월 감원의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대규모 감원 IT기업 대열에 합류


마벨은 업계 경기 침체로 인해 전체 직원의 약 4%에 해당하는 320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마벨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하는 대규모 감원이다.

스테이시 키건 마벨 기업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현재와 향후 업계 침체에 벗어날 때 직원들이 가장 유망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간소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건은 "특히 여러 지역에 분산 되어 있는 팀을 어떻게 관리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건은 "중국은 여전히 크고 중요한 시장이지만 현지 고객과 비즈니스 기회를 가장 잘 지원하기 위해 중국 기반을 고객 대면팀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키건은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특정 R&D 역할이 없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마벨은 가까운 장래에 전 세계 R&D 직원의 약 15%인 1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미국은 약 5%만 해당되고 나머지 인력 감축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급격한 "중국 철수"


미국의 제재로 인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램 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기업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러나 마벨만큼 공격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회사는 없었다.

정리해고 이전에는 중국에서 1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근무했다. 이 중 약 800명의 직원이 상하이에서 근무했으며 상하이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R&D 팀이 있었다.

마벨은 지난해 중국 법인 마벨 상하이의 SPG부서, PHY부서를 해체하고 ASIC 부서 내 설계 검증팀을 없앴다. IT부서에서는 엔지니어링팀이 모두 폐지됐으며 인프라팀도 부분적으로 해고돼 일부 IT 인력만 유지했다.

마벨 청두지사에서는 SPG와 GREWS 부서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마벨은 중국 정리해고의 이유를 "회사의 글로벌 사업 및 조직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벨은 상하이, 난징, 청두, 베이징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인력 감축에서 살아남은 R&D 부서는 이번에 모두 폐지된다. 나머지 부서와 인력도 현재 고객과의 계약을 완료한 후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지웨이는 "결국 마벨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칩과 중국시장


아이지웨이는 사실 마벨에게 중국 시장은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마벨이 발표한 연간 실적에 따르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2.66% 증가한 59억1960만 달러(약 7조5800억 원)를 기록했다. 그 중 중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한다.

미국이 수출통제명단에 중국 기업을 추가하면서 마벨은 자사 칩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별도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마벨의 신청을 거부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에 대항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不可靠实体清单规定)'을 발표했다. 신뢰할 수 없는 공급 업체 목록에 포함되면 향후 비즈니스 및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벨은 중국에 판매를 확보하지 못해 중국 지역 고객들에게 마벨을 신뢰할수 없는 기업으로 간주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중국 고객들은 칩을 미리 비축하거나 다른 공급업체로 옮겨 고객을 잃을 수 있다.

모든 요인들이 중국 시장에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중국 사업 축소


마벨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섰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반도체 설계 자산 기업(IP) 암(Arm)은 지난달 중국 법인 암 차이나의 직원 90~95명을 해고했다.

미국의 메모리 칩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상하이에 있는 D램 설계 사업을 중단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중국 엔지니어 150여 명은 미국이나 인도로 이전하도록 권고 받았다.

마벨은 중국에 첨단 제품과 관련된 R&D 팀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외국 기업들과 다르다. 따라서 미국 제재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지웨이는 마벨의 중국 R&D 설계팀은 5나노 칩 설계 등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하이엔드 칩을 다루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아 중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벨의 최근 감원은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에 대한 압력이 증가했음을 반영한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