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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의도적 지연"...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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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의도적 지연"...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차질 빚나

업계 “공정위 방산 시장지배력 증가 지적에 있다” 추정
군함 입찰 구조상 문제 발생 없는 구조 무시한 일방적 주장 비판
내년까지 이어질 대형함선 발주사업서 유리한 위치 위한 견제 전략 분석
차기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이 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리는 진수식을 앞두고 정박해 있다.사진=해군이미지 확대보기
차기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이 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리는 진수식을 앞두고 정박해 있다.사진=해군
막바지에 이른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방위사업 부문에서 발목이 잡혀 올 상반기 내에 인수 절차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겉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방위산업 업계는 공정위를 움직인 배후에 경쟁업체인 HD현대 그룹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상선 부분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발주처도 많아 규모의 경쟁이 되지만, 방산은 내수 수요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대형 군함과 잠수함은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 3개사 입찰 체제로 이뤄졌으나 HJ중공업은 영도 조선소 면적이 협소해 수주에 한계가 있어서 일부 선종을 제외하면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과거부터 군함 수주와 관련한 신경전을 자주 벌여왔는데, 한화그룹으로 넘어가는 대우조선해양을 그냥 보내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자사도 이익을 얻기 위한 차원에서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한화가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한 지난해 12월 19읿 이후 네 차례(지난해 12월 29일, 올해 2월 6일, 3월 10일, 3월 24일)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다.

이면을 살펴보면, 2023년과 2024년은 해군의 굵직한 함정 발주가 줄을 이을 예정이며, 이들 함정 모두 양사가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산을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로 키우고 있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샌해양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하면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게 된다. 이럴 경우 한화 계열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전자장비 등 군함에 탑재할 부분품을 대우조선해양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경쟁 체제의 본래의 의도와 달리 기울어진 운동자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고 HD현대그룹이 이를 막으려 한다는 게 방산업계의 추측이다. 이 논리가 공정위에 받아들여져 “한화의 시장지배력이 커져 방위산업 분야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으므로” 한화 측과 시정방안을 협의한다는 발표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혜택을 보는 측이 HD현대중공업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알고 있다면 이런 문제제기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민수산업과 달리 수직계열화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방위사업법상 방산 업체가 생산하는 무기나 설비는 대부분 정부 규격품이어서 다른 방산 업체와 거래를 중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진체계나 전투체계, 소나체계 등 함정 부품은 민간기업(조선사)이 아닌 방위사업청에 관급(방사청에 직접 납품하는 것)으로 공급되므로 가격이나 거래 조건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도급계약도 부품 업체가 민간기업에 차별적으로 견적을 제공하면 입찰 평가 과정에서 방사청이 이를 찾아내므로 가격 차별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한화의 인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유럽연합) 등 해외 경쟁당국이 모두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한 가운데 한국 공정위가 방산 경쟁 문제로 심사를 연장하거나 조건부 허용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위축받을 수 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 당사자인 KDB산업은행도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위원회가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공정위 관계자와 함께 참석한 산은 관계자는 구두로 전한 입장을 통해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업계 일방의 주장 때문에 국내 공정위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된다”면서 “한화의 2조원 유상증자가 없인 대우조선은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했다.

또 다른 방산업체 관계자는 “HD현대가 대우조선해양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업결합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돼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 수주전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 사이에 대형 함정사업 발주가 몰려 있어 HD현대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늦어질수록 입찰에서 유리한 만큼 가능한 인수를 늦추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한편, HD현대 측은 "통상적으로 기업 결합 심사 시 공정위가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현재 공정위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심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