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효율화 필요성 강조…아시아시장 점유율 감소 원인으로 꼽혀
배민 베트남 직원 정리해고 및 일부지역 운영 중단…사업 철수 수순 관측도
아시아 푸드판다 브랜드 사업 그랩에 매각 검토…10억7000만달러 규모
배민 베트남 직원 정리해고 및 일부지역 운영 중단…사업 철수 수순 관측도
아시아 푸드판다 브랜드 사업 그랩에 매각 검토…10억7000만달러 규모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운영 효율화 필요성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APAC 지역에서 불가피하게 팀 규모를 축소하게 돼 유감”이라며 “회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어려운 시기에 영향을 받은 동료들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베를린에 본사를 둔 독일의 식품 배달 서비스 회사로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사업 축소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동남아시아 최대 배달 시장인 베트남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회사 전략에 맞춰 베트남 시장의 우선순위 변경에 따른 조치다. 지난 9월 25일 배민 베트남은 베트남에서 4년만에 사업을 축소하고 직원들을 정리해고했다. 타이응우옌(Thai Nguyen), 호이안(Hoi An) 및 박난(Bac Ninh) 등 일부 지역에서는 운영을 중단했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e메일을 통해 “이번 전략적 결정은 조직구조를 지속적으로 평가·개선하겠다는 DH 그룹의 전략과 부합한다”며 “당사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있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과의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를 통해 배민 베트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배민 베트남은 지난해 배달 시장 점유율 12%로 3위를 차지했지만 1위인 그랩(45%)과 2위인 쇼피푸드(41%)와 비교하면 격차가 커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배달의민족 사업 모델을 베트남에 그대로 적용하려 한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수익성 악화로 베트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배민 베트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던 만큼 딜리버리히어로의 아태지역 사업 축소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배달의민족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배민을 설립했지만, 인수 후에는 합작법인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가 총괄하는 구조로 배달의민족과는 별개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사업 축소에 더해 최근 아시아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싱가포르,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등에서 운영하는 ‘푸드판다(Foodpanda)’ 브랜드 사업이다. 니케이아시아는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딜리버리히어로가 10억7000만달러 규모의 아시아 사업 부분 매각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수자는 그랩홀딩스(Grab Holdings)로 알려졌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시장 조사기관 모멘텀 웍스에 따르면 그랩은 동남아시아 음식배달 시장의 선두주자로, 지난해 동남아시아 지역 총상품가치(GMV)의 5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딜리버리히어로의 푸드판다는 1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장간 리(Jianggan Li) 모멘텀 웍스 CEO는 “푸드판다는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의 일부 시장에서 사업 철수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고 현금 보유액이 낮은 상황이라 딜리버리히어로가 앞서지 못하는 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랩과의 잠재적인 거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라이더, 상인 및 동남아시아 직원들에게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 철수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