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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美 의사 면허 시험 면제 확산, 韓 전공의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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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美 의사 면허 시험 면제 확산, 韓 전공의 흔드나

플로리다·테네시주 등 속속 입법, 외국 의대생 유치전 가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 통계 2023년’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개 회원국에서 외국 의대 졸업자가 평균 18.9%에 이른다. 외국 의대 출신 의사는 이스라엘이 57.8%, 뉴질랜드 42.1%, 노르웨이 42.1%, 아일랜드 40.5%, 스위스 38.5%, 호주 32.2%, 영국 31.9%, 스웨덴 30.2%에 이어 미국이 25%였다. 한국은 그 숫자가 미미한 탓인지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의사 4명 중 1명은 외국 의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통계로 확인했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20만3500명의 의사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나라 의대 출신이다. 외국 의대 출신 의사가 줄곧 증가세여서 지난 2004년에 비해 2021년에 30%가 늘었다.
그 이유는 미국에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AMC는 현재 1차 진료(primary care) 의사가 1만7000명, 정신과 전문의가 8000명가량 부족하고, 오는 2034년까지 부족한 의사 숫자가 12만4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의대 출신 의사의 상당수가 필수 의료와 시골 지역 의사 수요를 메워주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외국 의대 출신 의사의 70%가 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지원했다.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의 22%가 외국 의대 출신이다. 현재 노스다코타 의대 내과 전공의 50%가량이 외국 의대를 나왔다.

한국 의대생단체 투비닥터의 설문조사 결과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의대생은 1.9%에 그쳤지만,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에는 41.3%로 증가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국가로는 미국(67.1%)이 가장 많았다.
한국 정부는 전공의 해외 유출 차단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부가 이번에 근무지를 이탈할 사람은 추천서 발급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기에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이 막힐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지 따져봤다. 한국 전공의가 미국에서 의사 되기가 바늘구멍인 것은 맞다.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 코리아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1, 2, 3차 면허 시험을 모두 통과한 사람은 최근에 800명 응시자 중 3.1%인 25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미국의 여러 주가 주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출신 의사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한국 의대 출신자에게 그동안 장애물이었던 USMLE 시험을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테네시주는 2025년부터 외국 의대 출신자에게 2년 동안 미국 의사의 감독을 받으면서 일하는 ‘임시 의사 면허증’을 주고, 그 뒤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완전한 의사 면허를 내준다.

플로리다주도 외국 의대 출신이 그 나라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쳤거나 4년 이상 근무했으면 플로리다주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 면허증을 주고, 2년 뒤에 완전한 면허증을 내주는 법을 올해 3월에 제정했다. 버지니아주도 3월에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의회가 가결했고, 주지사의 서명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위스콘신주 하원은 최근 해외 5년 이상 경력 의사에게 3년 임시 면허증을 준 뒤 그 이후에 완전한 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아이다호주와 애리조나주 의회도 다른 주와 유사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런 움직임에 갈수록 가속도가 붙을 게 확실하다. 한국 정부가 추천서를 안 써주면 된다며 안심할 때가 절대 아니다. 한국 정부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해서도 안 되겠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움직임을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