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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도 지분형 모기지 추진… 소액으로 부동산 투기 부추길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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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도 지분형 모기지 추진… 소액으로 부동산 투기 부추길까 우려

집값 15~20% 자금으로 내 집 마련
집값 오르면 지분에 따라 이익 배분
내리면 주금공이 손실 부담…모럴 해저드 우려
13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3일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분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소액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익이 나면 지분에 따라 주택 매수자와 정책금융기관이 이익을 나눠 갖지만, 손실이 나면 정책금융기관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투자자가 이익은 얻지만 손실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6월 3일 대선 이후 발표하는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분형 모기지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하나로 도입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차주가 집을 살 때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차주 입장에서는 주택을 100% 온전히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구매 비용을 낮춰 대출금 규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구매자가 6억원을, 주금공이 4억원을 부담해 지분을 6대4로 나눠 갖는 구조다. 구매자는 6억원에 대해 기존 주담대와 동일한 비중(최대 70%)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어 1억8000만원 정도의 자금이 있다면 10억원짜리 집을 매입할 수 있다.

구매자는 완전한 소유는 아니지만 구매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주금공 투자분에 대한 사용료만 주금공에 납부하면 된다. 주금공 투자분에 대한 사용료는 연 2%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5%인 점을 감안하면 주거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집을 팔 때다. 금융위는 집값이 올랐을 때는 시세차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갖지만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주금공이 우선적으로 떠안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초기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인 만큼, 손실 리스크를 떠넘기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구매자는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 소액으로 부동산 투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만큼 집값 하락 가능성이 낮은 수도권 부동산에 한정적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정책금융기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면서 "구매자가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는 만큼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금공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의 고민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분형 모기지의 수요를 일으키려면 공적 기관이 하방 리스크를 안아주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꼭 그 방식이 필요한 건지 상품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6·3 대선으로 정부 또는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지분형 모기지 추진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집을 소유할) 선택 옵션의 하나"라면서 "없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금융당국의 시범 사업에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분형 모기지의 정책 방향이 수정될 수는 있어도 전면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