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 높은 인건비 감안할 때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미국에서 판매될 기기를 인도에서 생산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며 인도에서 생산을 확대하려는 계획에 제동을 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CEO에게 "제품을 인도에서 만들지 말고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를 국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에서 행한 연설에서 "어제 팀 쿡과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가 인도 곳곳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나는 그가 인도에 공장을 짓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월 애플이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애플이 미국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애플이 내년 말까지 미국에 판매되는 아이폰의 대부분을 인도에서 수입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줄 전망이다.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 내 생산을 크게 확대해 왔다. 현재 아이폰의 약 90%를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는 애플은 향후 전 세계 아이폰의 약 25%를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팀에게 '애플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걸 오랫동안 참았다'고 말했다"면서 "이제 미국을 위해 공장을 지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에서의 생산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애플이 미국에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아이폰을 완전히 조립하는 것은 현금 여력이 풍부한 애플에조차 극히 어려운 과제"라면서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아이폰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공급망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은 수년 동안 중국에 집중돼 왔고, 애플은 인도 현지에서 협력 체계를 이제 막 구축한 상황이다.
인도는 특히 애플에 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층이 두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조립 공장 확장을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도 마련돼 있다.
카운터포인트 테크애널리틱스의 타룬 파탁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익숙한 트럼프식 전술"이라면서 "그가 애플에 공급망을 미국에 구축하도록 압박하지만, 이는 단번에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파탁은 이어 "미국 현지 생산은 인도 조립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CNBC는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가격이 1500달러에서 최대 35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