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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여파…GM의 한국 철수설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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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여파…GM의 한국 철수설 재점화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차 관세 부과 조치의 여파로 한국GM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GM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GM은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 47만여 대 가운데 88.5%에 이르는 41만8782대를 미국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는 2023년부터 한국 최대 수출 차종으로 꼽혀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한국 내 점유율이 90%를 넘고 내수 중심의 판매 구조를 갖고 있어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GM은 예외적으로 수출 중심 구조를 유지해온 탓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인천·부평·창원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국내 고용 인원은 약 1만 명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한국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GM이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관세가 유지된다면 GM이 한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차량 한 대당 최대 1만 달러(약 1360만원)씩 가격이 오를 수 있고, GM은 한국 내 연간 판매량이 5만 대도 되지 않아 전략 조정 여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GM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GM코리아 노조 관계자인 김웅헌 씨는 “우리가 만드는 차들은 GM 전체 라인업에서 가장 저가 차량들인데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면 인건비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에 공장 하나가 문을 닫았던 기억이 있어 이런 루머가 나올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GM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2009년 본사 파산 이후 글로벌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한국 철수설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7억5000만 달러(약 1조200억원)를 지원하며 GM의 잔류를 조건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조건은 오는 2027년 만료된다.

이번 관세 발표 이후 GM 측은 수익 타격을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까지 예상하며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손실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GM은 멕시코·캐나다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일부 생산 분산이 가능하지만 한국 생산분에 대해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구스타보 콜로시 GM코리아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한국 철수설에는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한국 시장 내 신차 출시 등 기존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천 공장에 2만1000대의 추가 물량이 배정됐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GM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아시아 시장 판매 확대 등 지속 가능한 사업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미국 수출에만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오는 임단협에서 이 같은 구조 개선 요구를 핵심 안건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과 미국 당국은 현재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8일까지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동차는 한·미 교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660억 달러(약 89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영국처럼 연간 10만 대까지 10% 관세로 제한하는 방식의 유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수출 비중이 큰 경남 창원시의 경우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창원공장은 쉐보레 트랙스를 주로 생산하며 GM 관련 직접 고용 인원은 2800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에 이른다. 창원 전체 수출의 15%가 GM 창원공장에서 나올 정도다.

창원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우춘애 씨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지역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