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인플레이션 우려 확산...주요 투자은행, 달러 약세 전망 강화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 위축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위상이 다시금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도 달러화의 추가 하락 전망에 무게를 실었고, 금값은 반사 이익을 얻으며 이날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달러화는 이날 뉴욕 시장 초반 일본 엔화 대비 0.74% 하락한 142.98엔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주 1% 넘게 오른 상승분을 대거 반납한 수준이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약세도 두드러졌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61% 상승한 1.1416달러에 거래되며 4월 말 이후 거의 5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도 0.47% 하락한 98.785로 몸을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점도 달러화에 부담을 더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과의 관세 전쟁 휴전 합의를 중국이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엘리어스 하다드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면서 "이는 달러를 추가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간의 긴장도 재점화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 5% 하락했다.
월가 "달러 추가 하락에 무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달러화가 내년 중반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매슈 혼바흐 등 전략가들은 31일 자 보고서에서 "금리와 환율 시장이 최근 들어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달러화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수익률 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 지수가 향후 1년 내에 약 9% 하락해 91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달러화의 약세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부과가 지연될 경우, 미국 정부가 대체 재원 확보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달러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은 별도의 보고서에서 자체 모델상 달러화가 약 15%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체이스 전략가들도 달러화를 팔고 엔화, 유로화 및 호주 달러화를 사들일 것을 추천했다.
미국이 세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받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추가 과세를 추진하는 점도 달러화에는 부담 요인이다. 상원 심의를 앞둔 이 법안은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국가나 기업 및 개인에게 최대 20%의 추가 과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계 바클레이즈 은행은 "외국인의 미국 투자 수익률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조치가 자본 유입을 위축시키고,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달러화 약세에 반해 안전자산 수혜로 투자자들이 다시 몰리며 금값은 2% 넘게 급등했다. 금 현물은 뉴욕시장 초반 2.44%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3369.16달러에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