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수입 관세의 영향은 아직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CNBC는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를 인용해 CPI가 지난달 0.1% 상승하고 연율 기준으로는 2.4%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인 0.2%(전월 대비 상승률)에는 못 미치며 연간 상승률은 예상치와 같았다.
근원 CPI(에너지 및 식료품 제외) 역시 전달 대비 0.1% 상승, 연율로는 2.8% 상승해 각각 0.3%, 2.9%를 예상한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연방준비제도는 일시적인 가격 변동 영향을 줄이기 위해 근원 CPI를 물가 기조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연료 및 서비스 부문 가격의 하락이 전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품목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은 전달보다 1% 하락했고, 신차와 중고차 가격도 각각 0.3%, 0.5% 하락했다. 의류 가격 역시 0.4% 떨어졌다. 반면 식료품과 주거비는 모두 0.3% 상승했다. BLS는 “주거비 상승이 전체 CPI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관세로 인한 수입 원가 상승이 당장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CN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소매업체들이 관세 시행 전 들여온 재고를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관세가 본격 반영될 경우 의류·가전·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언을 통해 미국이 수입하는 전 품목에 대해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 등 일부 국가에는 ‘상호주의 관세’라는 이름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 긴장을 고조시켰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러한 관세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관세가 공급망을 압박하고 소비자 가격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CPI 발표 이후 시장 반응도 주목된다. 물가가 예상보다 덜 올랐다는 소식에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