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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속 중국과 관계 강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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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속 중국과 관계 강화 모색

시진핑과 회담서 "협력 새 지평" 논의...다자주의 강화 합의
웡 총리 "혼란한 시기, 중-싱 관계 그 어느 때보다 중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로렌스 웡(Lawrence Wong) 싱가포르 총리가 6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로렌스 웡(Lawrence Wong) 싱가포르 총리가 6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싱가포르 로렌스 웡 총리가 2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2위 경제 대국과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웡 총리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전 세계가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이 시기에 중국과 싱가포르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영어로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으며, 규칙 기반 세계 질서에서 다자주의를 계속 강화하기 위해 지역 및 다자간 플랫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올해 싱가포르와 중국의 외교 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아 불안정한 세계 정세를 공동으로 인정했다.

시 주석은 중국어로 "현재의 복잡하고 격동적인 국제 정세에 직면하여 중국은 싱가포르와의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협력의 유대를 강화하고 함께 협력하여 도전에 대처하고 양국 국민에게 더 큰 복지를 가져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웡 총리의 5일간 중국 순방은 6월 22일에 시작됐으며, 지난 5월 싱가포르 총선에서 집권당인 인민행동당이 승리를 거둔 이후 첫 공식 중국 방문이다. 이번 방문은 웡 총리가 리셴룽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새로운 지도자로 취임한 지 약 1년 만에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웡 총리는 이달 초 중국 관영 방송사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리창 총리를 포함한 중국 지도자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무역 관세 부과와 같은 글로벌 경제 도전 속에서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싱가포르와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싱가포르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싱가포르는 현재 양보를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실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웡 총리는 "이제 우리는 협력이 더 넓어질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찾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우리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 및 중국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무역 정책과 씨름하고 있으며, 이는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성장을 억누를 위험이 있다. 미국은 나름대로 특정 국가와의 무역적자로 간주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타깃으로 남아 있는 중국은 6월 초 런던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한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제품에 최대 55%의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국익에 따라 일방주의의 길을 추구하기 위해 힘을 활용하는 것으로 점점 더 많이 인식됨에 따라 중국과 싱가포르는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외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동남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추진했지만 인근 싱가포르에는 들르지 않았었다.

웡 총리는 CCTV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특구 프로젝트를 "더 넓은 협력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환영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디지털 기술 및 제약과 같은 부문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차원의 이니셔티브인 쑤저우 산업단지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외교정책학 딜런 M.H. 로 조교수는 싱가포르가 2023년 합의한 중국과의 "전면적인 고품질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로 교수는 "치열한 미·중 경쟁은 명백한 도전이다"라고 닛케이 아시아에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중국이 "특히 트럼프의 관세에 비추어 기후변화, 전염병, 경제적 분열과 같은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확실히 강조하고 두 배로 늘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6월 23일 양자 회담에서 웡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는 녹색 및 디지털 경제, 금융 서비스와 같은 분야에서 양국의 파트너십을 심화할 것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또한 법조인 개발에 대한 협력과 양국 지식재산권청 간의 데이터 교환을 포함한 계약 체결을 목격했다.

이번 싱가포르-중국 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이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간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양국은 앞으로 기존의 경제 협력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글로벌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