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개발 과정 소개
AI 챗봇 환각 문제, 게임성으로 역 이용
"AI, 만능 아니야…인간 기획 여전히 중요"
AI 챗봇 환각 문제, 게임성으로 역 이용
"AI, 만능 아니야…인간 기획 여전히 중요"

크래프톤 자회사 렐루 게임즈의 한규선 프로듀서(PD)가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5 연사로 나섰다. 지난해 게임인들의 이목을 끈 AI 기술 기반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하 루루핑)',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개발하기 까지 수행한 도전과 시행착오들을 소개했다.
NDC 2025는 24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과 인근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진행된다. 한규선 렐루게임즈 PD는 2일차인 25일 경기창조혁신센터에서 'AI가 게임의 핵심 재미가 될 수 있을까: 렐루게임즈가 찾은 현재까지의 답'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렐루게임즈란 사명은 음수를 0으로 치환하는 특징을 가진 딥러닝 활성 함수 'ReLU'에서 딴 이름이다. 한규선 PD는 "게임 개발에 도전하며 겪는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흡수, 꾸준히 성장하는 게임사가 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전신은 크래프톤 사내 '스페셜 프로젝트 2' 팀이다. 한 PD는 "게임의 핵심 재미를 딥러닝에서 찾고, 딥러닝이 없으면 안 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며 "이 원칙은 렐루게임즈에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 공개 이전의 렐루 게임즈는 AI를 '입력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기존의 키보드·마우스나 게임 패드에서 벗어나 터치 스크린 위 손가락의 움직임을 '마법진 그리기'로 활용하는 방식, 음성을 활용해 NPC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게임 '워케스트라' 등을 시도했다.
한규선 PD는 두 방식이 모두 '시행착오'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손가락과 음성이라는 새로운 입력 요소에 대한 피로감이 게임의 재미를 해쳤기 때문이다. 특히 워케스트라의 경우 "음성 입력만으로 플레이해야하는 게임인가"에 대한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러한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는 '루루핑'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출산율 저하 심화로 마법소녀를 넘어 '마법중년'이 필요한 시대라는 독특한 세계관, 낯 뜨거운 주문을 외쳐 상대와 대결한다는 창의적 게임 방식은 게이머들에게 컬트적 인기를 끌었고 2024년 지스타에서도 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 PD는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자극을 잊을 수 없다', '불닭볶음면과 같이 강렬한 경험'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며 "게임을 하며 나오는 '도파민'이 입력 장치의 피로감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AI 음성 입력으로 게임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도 충분했던 게임"이라고 평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세계적 AI 유행의 시발점인 '챗봇'을 활용한 추리 게임이었다. 이용자가 직접 탐정이 돼 AI 로봇들을 추궁, 증거와 증언을 찾고 범인을 확인한다는 내용으로 추리 게임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규선 PD는 개발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정리한 노트를 공유했다. 여기에는 △GPT가 정답을 알고 있고 그걸 찾는 구조가 되선 안된다 △게임 플레이 자체에 목적이 있고 GPT는 수단이 돼야한다 △'AI 탈옥'은 막을 수 없고 탈옥을 해도 의미가 없는 게임이 돼야 한다 △대화의 재미는 여러번 대화를 하도록 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등 4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AI 대화에 있어 흔히 AI가 거짓을 말하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한규선 PD는 이러한 현상을 챗봇 대화 중 '사건과 관련 없는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데 역이용했다고 밝혔다.
환각 현상이 추리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AI의 대답이 아닌 '인간의 질문'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인간 게이머가 "당신은 음성 복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로봇 NPC의 대답에 더해 '[확인 정보] 음성을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라는 텍스트를 별도로 출력, 안내하는 방식이다.
한규선 PD는 "AI로 게임을 개발하며 느낀 것은 'AI가 작업을 쉽게 만들어 준다', 'AI는 만능이다'라는 담론은 오해이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 또한 버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AI가 내놓은 결과물들은 매우 신기하지만 이것이 완성도와 재미로는 연결되지 않으며, 이를 채우는 것은 여전히 인간 콘텐츠 기획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렐루게임즈는 두 게임에 이은 차기작으로 △인간의 음성, 행동 패턴을 학습하는 AI 몬스터가 등장하는 협동 생존 게임 '미메시스' △이미지 생성형 AI가 구현한 미지의 세계릏 탐사하는 어드벤처 게임 '스캐빈저 톰' △자연어 프롬프트 입력으로 누구나 캐주얼 게임을 쉽게 개발, 공유하는 UGC(이용자 창작 콘텐츠) 플랫폼 '도넛'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