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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새로운 정권과 자동차 산업, 실용주의로 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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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새로운 정권과 자동차 산업, 실용주의로 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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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는 게 많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재편되고, 산업 전반의 방향성 역시 궤도를 수정하게 된다. 2025년 한국은 정치적 대전환을 겪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그간 방치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용돼온 정책들의 재검토와 대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전 정권의 '연두색 번호판' 정책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탈세와 법인차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그에 대한 처방은 허술하고 표피적이었다. 실효성 없는 법안은 산업계의 반발을 낳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란만 키웠다. 이렇듯 상징성에만 매몰된 '눈속임' 행정은 산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새 정권 출범은 그 자체로 기대가 된다. 단순히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의 실질적 전환과 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난제를 직시하는 태도다.

현재 국내외 상황은 자동차 산업에 중첩된 위기를 안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 미국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그리고 유럽의 전기차 시장 보호정책 등 외부 변수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수출 루트에 균열이 생기며 유례없는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우선, 산업 전반의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보조금이나 규제 완화 같은 단기 부양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술 혁신과 생산 구조 고도화를 유도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시급하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부품업계와 중소 협력사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세밀한 전환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 개발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의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기조가 명확해져야 한다. 단순 보급 대수 중심의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충전 인프라 구축,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주행거리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R&D) 등 더 실질적인 영역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 보급을 위한 지방정부와의 협력체계도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또 갈등이 심화되는 요즘, 외교와 산업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지나친 미국·중국 중심 수출 의존도는 리스크가 됐고, 이제는 유럽·중동·동남아 등 전략 시장을 다변화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산업부와 외교부 간의 조율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통상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민관 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새 정부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 중 또 하나는 낡은 규제 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통 제조업이자 첨단 ICT 기술이 융합된 산업이다. 그러나 현행 규제는 여전히 20세기식 구조에 묶여 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의 안전기준, 데이터 활용 범위, OTA(무선 업데이트) 관련 제도 등은 글로벌 기준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런 후진적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한국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과 성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직결된다. 이번 정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실용주의로의 회귀다. “연두색 번호판”처럼 실효성 없는 퍼포먼스보다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탈모 치료, 건보 적용’과 같은 꿈의 법안이 고개를 들어야 할 시간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