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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빅데이터 활용한 '기술 중심 복지국가' 건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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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빅데이터 활용한 '기술 중심 복지국가' 건설 추진

서구식 현금 지급 대신 데이터 통합으로 정밀 복지 실현
6월 정부 데이터 공유 규정으로 부처간 사일로 해체 본격화
5월 1일 시안의 성벽. 중국 정부는 시급한 정책 딜레마, 즉 복지국가를 극적으로 확대하거나 부채가 많은 경기부양책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를 지원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5월 1일 시안의 성벽. 중국 정부는 시급한 정책 딜레마, 즉 복지국가를 극적으로 확대하거나 부채가 많은 경기부양책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를 지원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국이 서구식 복지 모델과 차별화된 '기술 중심 복지국가'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사회 지원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두 가지 주요 정책 문서가 이러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6월 3일 국무원은 국가 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고, 6월 9일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게으름을 조장하는 '복지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편적 현금 지급은 재정적으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중국의 개발 경로와 양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은 현실적이다. 소비가 여전히 약하고 가계와 기업의 신뢰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까지 진행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더 나은 지원 없이는 이러한 추세가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중국의 해답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있다. AI는 이미 베이징과 항저우 등 도시의 교통 흐름 최적화, 주요 항구의 세관 검사 간소화, 컴퓨터 비전을 통한 의료 진단 지원, AI 지원 법원의 판결 초안 생성 등에 활용되고 있다.

기술 중심 복지주의의 핵심은 갑작스런 소득 충격을 겪는 가구,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 고립 위험에 처한 노인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시스템이다. 지원이 자동으로 작동되어 긴 서류 작업 없이 관료주의적 병목현상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6월 3일 규정은 공공 서비스 목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공유하도록 하고, 관할권과 행정 수준 전반의 조정을 위한 명확한 프로토콜을 설정했다. 수년간 부처와 지방 정부 간 데이터 파편화로 불가능했던 통합 공공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간쑤성과 구이저우성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이 주택, 건강, 고용 등록부를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거주자를 식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칭에서는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의료비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정을 포착해 지역 당국의 적시 지원을 요청했다.

중국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보다 기술 관료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기반 거버넌스 도구가 지속적이고 대규모로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알고리즘은 편향을 재현할 수 있고, 자동화된 시스템은 소외된 사람들을 배제할 수 있으며,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는 법적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논쟁적 분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정밀 복지가 잘 구현되면 사회 지원을 더 적응력 있고 반응이 빠르며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중국이 단기 성장 촉진, 장기 부채 억제, 기초 서비스 불평등에 대한 대중 불만 완화라는 세 가지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시도하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베이징은 서구적 의미의 복지국가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 조용하고 알고리즘적이며 깊이 있는 중국식 복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덜 변혁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