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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감세 칼날', 조지아 투자 韓 기업 위협…10조 원 규모 공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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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美 감세 칼날', 조지아 투자 韓 기업 위협…10조 원 규모 공장 '흔들'

SK온·현대차·한화큐셀 등 친환경 에너지 대규모 투자, 美 연방 세액공제 축소 직면
"조지아 경제·지역 일자리 직격탄 우려"… 트럼프 '빅 뷰티풀 법안' 논란 가열
미국의 새로운 감세 법안 '빅 뷰티풀 빌'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조지아주에 10조 원대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공장을 건설 중인 SK온, 현대차,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위협받고 있다. 연방 세액공제 축소로 조지아 경제와 지역 일자리에 직격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새로운 감세 법안 '빅 뷰티풀 빌'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조지아주에 10조 원대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공장을 건설 중인 SK온, 현대차,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위협받고 있다. 연방 세액공제 축소로 조지아 경제와 지역 일자리에 직격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AP/뉴시스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공장을 건설 중인 SK온·현대차·한화큐셀이 미국 의회의 감세 법안 통과로 연방 세액공제 축소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 법안이 조지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지역 일자리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조지아주는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선도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 의회에서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이러한 성장세를 멈춰 세울 위기에 놓였다.

1일(현지 시각)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주 북서부에 태양광 패널과 전기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연방정부의 보조금은 지역 경제 다각화를 위한 계약 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SK온은 조지아주 바토 카운티에 한 해 30만 대 전기차 생산을 지원할 50억 달러(약 6조79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한화솔루션 큐셀즈는 카터스빌에 한 해 3.3GW 규모 태양광 모듈 생산을 위한 23억 달러(약 3조1234억 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각각 건설하고 있다. 이들 투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연방정부의 세제 혜택을 기반으로 성사됐다.

이 공장들은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약속해 한때 면직물 공장 마을이었던 카터스빌의 제조업 기반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1990년대 앤호이저-부시 양조장과 2006년 타이어 공장이 들어선 이후 카터스빌은 새로운 산업 변모를 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의회 공화당 의원들은 최종 통과된 감세 법안을 통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려고 한다. '빅 뷰티풀 빌'(일명 '원 빅 뷰티풀 빌')로 불리는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해 추진된 세제 개편 법안으로, 청정에너지·전기차 산업에 대한 연방 세액공제와 보조금 대부분을 조기 종료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인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 번의 선거에서 75%의 득표율로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공화당 텃밭인 바토 카운티 내 카터스빌에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두 기업 모두 공장 건설 계획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토 카운티의 유일한 선출직 위원인 공화당 소속의 스티브 테일러는 "세액공제 종료가 조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테일러 위원은 "이 회사들이 와서 우리 지역사회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산업과 제조업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 조지아주, 트럼프 감세 법안 최대 피해 우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빅 뷰티풀 법안'에 따른 이러한 보조금 삭감으로 조지아주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주(州)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아주 공화당 최고위층은 대부분 침묵하고 있지만, 조지아주의 두 민주당 상원의원은 강력히 반대한다.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AP통신에 "이 법안에 대한 투표는 조지아 경제에 대한 반대표이며, 우리가 힘들게 이룬 많은 것을 위험에 빠뜨릴 투표"라고 비판했다.

특히 애틀랜타에서 북서쪽으로 약 55㎞ 떨어진 바토 카운티의 중심지인 카터스빌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카운티가 시골에서 교외 지역으로 변모함에 따라 지도자들은 현대자동차그룹과 SK온이 건설 중인 50억 달러(약 6조79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과 한화솔루션 큐셀즈가 건설 중인 23억 달러(약 3조1234억 원)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에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두 공장 모두 근로자들에게 한 해 평균 5만3000달러(약 7204만 원)의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급증세에 제동 걸리나


조지아주의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유입은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기후 법안인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서명한 2022년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그 이후 이러한 유입은 더욱 가속화됐다. 환경 비즈니스 그룹 E2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발표된 33개의 추가 프로젝트는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정확한 수치는 다르지만, 조지아주의 프로젝트는 200억 달러(약 27조1940억 원)를 넘어섰고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속하고 있다. 큐셀즈의 경우 직접 고용과 간접 고용을 합쳐 6755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큐셀즈 태양광 패널 구매자는 40%의 연방 세액공제를 받는데 국내산 콘텐츠에 대한 10%의 보너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법안의 통과로 사라지게 된다. 큐셀즈 자체는 지난해 카터스빌에서 생산을 시작한 패널에 대한 생산 세액공제를 계속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때 7500달러(약 1019만 원) 세액공제, 태양광 패널 구매 때 최대 40% 세액공제(국산 부품 보너스 포함) 같은 주요 인센티브가 2025년 말에서 2027년 사이 조기 종료된다. 또한 국내 생산 보조금(생산 세액공제)도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일부 외국산 부품과 완제품에는 추가 세금이 붙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중국을 포함한 일부 외국에서 패널이나 부품을 구매하는 회사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이는 큐셀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 생산자들에게 국내산 콘텐츠 보너스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1900개 일자리 규모의 공장이 완공되면 정제된 폴리실리콘을 주괴로 주조한 다음 주괴를 얇게 썰어 태양 전지가 되는 웨이퍼를 만들 것이다. 큐셀즈는 자체 공급망을 통제해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추가적인 단계는 회사에 추가 세액공제를 가져다줄 것이다.

큐셀즈의 스콧 모스코비츠 시장 전략·산업 업무 담당 부사장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응해 회사가 돌턴에 첫 미국 공장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모스코비츠 부사장은 연방 보조금의 급격한 축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제조업 강화 목표를 훼손하고, 구매자들을 중국이 통제하는 생산자들에게 다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지역 공화당 의원들도 우려를 표하며, 16명의 공화당 주 의원들은 지난 6월 17일 의회에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유지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카터스빌 출신 공화당 주 대표 매슈 갬빌이 이끄는 조지아주 의원들은 "우리는 세액공제를 약화시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조지아주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해칠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을 장악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연방 지원 약속을 믿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뒤 의회가 발을 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터스빌 맷 산티니 시장은 "사업적 관점에서 볼 때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그것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조지아 공화당 지도부, 표면적으로는 '침묵'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는 압도적으로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지역구에 위치하며,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의 보고서에 따르면 예정된 지출의 77%가 공화당 지역구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바토 카운티에 거주하는 공화당 배리 라우더밀크 하원의원은 1일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삭감이 큐셀즈와 현대-SK온이 정부 보조금에서 독립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하며 지역 영향을 언급했다.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의 인센티브를 "민주당의 그린 뉴딜 사기"라고 비판했던 라우더밀크 의원은 "산업이 가능한 한 정부 통제에서 자유롭고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화당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이번 논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켐프 주지사 대변인 개리슨 더글러스는 "우리의 입장은 의회가 인플레이션감축법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켐프 주지사는 친환경 에너지 투자와 일자리를 환영하며, 조지아주를 "미국의 전기 모빌리티 수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켐프 주지사와 오소프 상원의원은 조지아주의 친환경 에너지 붐에 대한 공로를 누가 차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시대의 인센티브가 투자 유입을 촉진했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산업계가 이미 조지아주로 오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침묵과 달리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가 미국 내 노조가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동일한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게 만들었던 일부 국내산 콘텐츠 요구 사항에 대해 격렬히 반대한 바 있다. 더글러스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승자와 패자를 가려냈고, 우리는 그것이 우리 협력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 9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모두 이 법안을 지지하는 투표를 했으며, 여기에는 이전에 친환경 에너지 보조금을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했던 버디 카터 하원의원도 포함된다. 2026년 오소프 상원의원에 맞서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명을 노리는 카터 의원은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엘라벨의 76억 달러(약 10조3344억 원) 규모 현대 공장을 포함하는 해안 지역구를 대표한다.

현대차는 카터스빌 근처에 3500명의 직원을 고용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현대차·기아차 구매자들이 전기차 7500달러(약 1019만 원) 세액공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법안 초안에 따르면 이러한 세액공제는 법안 발효 6개월 뒤에 끝난다.

현대차는 현재의 입법 싸움을 공개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더디게 증가하면서 현대차는 이제 엘라벨에서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는 전기차만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현대차의 마이클 스튜어트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전동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우리 사업은 소비자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토 카운티 지도자들은 프로젝트가 확고한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이며, 일자리가 정치보다 중요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티니 시장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당파적으로 줄을 서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오소프 상원의원은 많은 조지아주 공화당 의원들이 주(州)의 경제적 이익에 등을 돌리는 것이 당파적 동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오소프 상원의원은 "현재 전국 공화당에게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빅 뷰티풀 빌'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현대차그룹·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50억 달러)과 한화솔루션 큐셀즈의 태양광 패널 공장(23억 달러) 같은 한국 대기업들의 73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조지아주 친환경 에너지·전기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는 지역 경제, 고용, 미국 내 친환경 제조업 육성 정책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확장 계획을 보류하거나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