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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반도체 제조사 매년 수십 억 달러 '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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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사 매년 수십 억 달러 '출혈’

EUV 공정의 치명적 약점 드작위 패터닝 오류 '스토캐스틱 변동성' 급증
2나노 공정서 일일 690억 원 손실 우려
반도체 첨단 공정에서 확률론적 오류로 일일 69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첨단 공정에서 확률론적 오류로 일일 69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TSMC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스토캐스틱 변동성'이라 불리는 무작위 패터닝 오류가 반도체 업계에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측정 전문업체 프랙틸리아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기술 확산과 함께 이 같은 확률론적 오류가 첨단 공정의 양산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떠올랐다.

크리스 맥 프랙틸리아 최고기술책임자는 이 백서에서 "스토캐스틱 변동성이 첨단 공정 기술을 대량생산에 도입하는 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기존 공정 제어 방식으로는 이러한 무작위 변동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UV 도입으로 5나노급 해상도 격차 발생
스토캐스틱 변동성은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나 빛, 원자들이 예측할 수 없게 움직여서 회로 패턴이 불규칙하게 그려지는 현상이다. 예전에는 반도체 회로 패턴이 비교적 컸기 때문에 무작위 변동이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EUV라는 새로운 기술로 훨씬 더 정밀하고 작은 회로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아주 작은 무작위 변동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랙틸리아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패턴화할 수 있는 피처 크기와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피처 크기 사이의 차이를 '스토캐스틱 해상도 격차'로 정의했다. 현행 EUV 공정의 스토캐스틱 해상도 격차는 약 5나노미터 수준으로 분석됐다.

CTO"고객들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12나노미터 수준의 고밀도 피처를 성공적으로 구현했지만, 이를 양산에 적용하려 할 때 스토캐스틱 결함 때문에 목표 수율과 성능, 신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최소 12나노미터 수준의 피처 크기까지 구현이 가능하나, 실제 양산에서는 통상 16~18나노미터 수준의 피처만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웨이퍼 면적 낭비와 비용 증가, 제품 생산 지연 등으로 이어져 수조원 규모의 수익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프랙틸리아 분석에 따르면 라인 변동성을 단 1나노미터만 줄여도 불량률이 최대 20배까지 개선될 수 있다. 최첨단 공정에서는 회로 패턴이 극도로 작아져서 아주 작은 변화만 있어도 회로 선이 끊어지거나 연결점이 빠지는 등 심각한 불량이 발생한다.

TSMC 등 주요 업체서 솔루션 도입 확산

업계 관계자들은 EUV 공정에서 발생하는 전체 회로 그리기 오류의 50% 이상이 스토캐스틱 변동성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2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는 팹당 하루 약 5000만 달러(69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양산 지연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CTO"스토캐스틱 격차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이를 최소화하고 제어할 수 있지만, 모든 해결의 출발점은 정확한 스토캐스틱 측정 기술 확보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프랙틸리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밀 측정과 확률 기반 공정 제어, 스토캐스틱 기반 설계 전략을 통합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세계 상위 5대 반도체 제조업체 중 4곳이 프랙틸리아의 스토캐스틱 측정 솔루션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욱 정밀한 차세대 EUV 장비가 본격 사용되는 시점에서 이런 해결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