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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건전성 방어하다 ‘이자폭탄’…5.2조 후순위채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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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건전성 방어하다 ‘이자폭탄’…5.2조 후순위채 ‘부메랑’

킥스 개선하려다 연간 이자부담만 4600억 눈덩이
현행 후순위채 발행 건전성 개선 목적에만 ‘한정’
전문가 “비용 대비 비효율…차입 목적 유연화해야”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 여건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 여건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료=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보험사 발행 후순위채 규모가 5조2000억 원을 넘어서며 벌써 전년대비 60%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른 연간 이자만 수천억 원에 달해, 되레 건전성에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은 건전성 개선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데 비용대비 효율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본관리뿐만 아니라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목적의 자금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보험업계 후순위채 발행이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는 총 5조2250억 원으로 지난 한해 전체 발행규모인 8조3250억 원의 약 60% 이상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대로 라면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규모는 202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각각 8000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규모가 가장 컸고, 한화생명과 KB손해보험이 6000억 원, 신한라이프와 한화손해보험이 5000억 원, 농협손해보험·흥국화재·흥국생명 2000억 원, ABL생명 1500억 원, IM라이프생명 750억 원 순이다. 이자는 4~5% 수준으로 작년 보험업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인 3.16%보다 크게 높다.

보험사에서 후순위채 발행이 줄을 짓는 배경은 그만큼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시장금리 하락과 보험부채 할인율의 현실화가 맞물리면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K-ICS 비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본 확충 수단으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이 대거 동원된 셈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사들의 건전성은 매우 안좋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3월말 기준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 현황’에 따르면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회사의 킥스는 197.9%로 전분기 말(206.7%) 대비 8.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킥스는 190.7%로 전분기 말 보다 12.7%P 떨어졌고, 손해보험사는 207.6%로 전분기 말 보다 3.4%P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미달한 보험사는 △동양생명(127.2%) △푸본현대생명(145.5%) △롯데손해보험(119.9%) △MG손해보험(-18.2%) △캐롯손해보험(68.6%) 5곳이다. 한화생명(154.1%), 현대해상(159.4%), 하나손해보험(150.1%) 등의 대형보험사의 킥스도 권고치에 근접했다.

문제는 후순위채를 발행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이자비용으로 인해 오히려 건전성 압박이 가중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에만 후순위채 등 채권발행 이자에 총 1578억 원을 썼다. 전년동기(977억 원) 대비 61.6% 급증한 수치다. 작년 말 기준으로는 이자만 4653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후순위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부담해야할 이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후순위채 발행 조건을 개선해 다양한 사업에 자금조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차입 관련 규제가 국내 타 업권, 해외 보험사에 비해 경직적인 측면이 있다”며 “재무건전성 충족 및 적정 유동성 유지 외에도 해외사업 확대, 회사 인수 등 다양한 목적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허용해 효율적인 자금차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