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임기 만료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4.25% 금리 방향 22일 발표
임기 마지막 해 '경력 좌우할 순간' 앞둬...관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신중
임기 마지막 해 '경력 좌우할 순간' 앞둬...관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신중

파월 의장은 다음 주 22일 오전 10시(동부시간)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잭슨 레이크 로지에서 '경제 전망과 틀 검토'라는 제목으로 연설한다. 현재 4.25~4.50%인 연방기금금리 정책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에게는 Fed 독립성을 지키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다. 올해 주제는 '전환기의 노동시장'으로, 인구 변화와 생산성, 이민 등이 미국 고용시장과 경제 전반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다룬다.
◇ 트럼프 "고집불통 바보" 비난...Fed 독립성 위험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파월 의장을 향해 "고집불통 바보"와 "너무 늦다"고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백악관은 이미 파월 의장 후임 후보를 검증하고 있으며, 빠른 금리 인하와 Fed 구조 개편에 동의하는 인물을 찾고 있다.
정치 압력이 중앙은행에 미치는 위험은 과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닉슨 행정부 압력으로 아서 번스 당시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저금리를 유지한 결과 두 자릿수 물가 상승을 가져왔다. 후임인 폴 볼커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금리를 20% 가까이 올려야 했고, 이는 깊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터키 대통령이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 총재들을 계속 해임하면서 인플레이션이 80%를 넘어서고 트뤼키예 리라 가치가 지난 5년간 82%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앙은행이 여당의 연장선으로 여겨지면 물가 통제 능력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경영 컨설팅 기업인 RSM US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경제학자는 "파월 의장은 자신의 유산을 Fed 독립성 보호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관세가 부른 인플레이션 고민...2% 목표 여전히 멀어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7%를 기록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미국 수입품에 매기는 맞대응 관세가 인플레이션 상승,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한 "관세 관련 인플레이션은 아직 초기 단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간 2.8%로 중앙은행의 2%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지난달 식품과 에너지를 뺀 핵심 CPI는 0.3% 상승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으며, 연간 상승률은 3.1%에 이르렀다.
노동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 0.9% 급등해 3년여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관세가 기업 간 거래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이후 소비자 가격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Fed 의장직을 맡았다. 2012년 Fed 이사로 처음 합류했으며,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으로 지명했다. 이후 2022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지명했다. 올해가 잭슨홀 참석 13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 재임 기간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빠르고 깊은 경기 수축이 일어나자 Fed는 긴급 금리 인하와 전례 없는 채권 매입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2021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파월 의장의 초기 평가인 '일시적'이라는 판단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고, Fed는 2022년 3월부터 11차례 금리를 올려 연방기금금리를 0% 근처에서 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 고용시장 식으면서도 임금은 여전히 높아
금리 결정에 중요 변수인 고용시장 지표들은 식고 있는 신호를 보낸다. 7만3000명 고용이 늘었고, 5월과 6월 고용 수치는 25만 명 이상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4.1~4.3%를 유지하고 있다.
임금 상승률도 2022년 연간 6%에서 현재 약 3.9%로 둔화했다. 전체 민간 근로자 총 보상의 12개월 변화율은 팬데믹 이전 2.5%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2023년 5.5% 정점에서 현재 4%로 떨어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16~17일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기금 선물 시장은 9월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92% 이상으로 본다. 7월 회의에서는 두 명의 Fed 이사가 노동시장 추가 악화를 막으려면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최근 고용시장 자료를 근거로 Fed가 9월 0.5%포인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일부 투자 분석가들은 9월 금리 인하 필요성에 회의적이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고려할 때 Fed가 시장 기대보다 적게 금리를 인하할 위험을 본다"며 "잭슨홀이 파월 의장이 금리 정책에서 매파 입장을 취할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Fed는 5년마다 통화정책 틀을 검토한다. 올해 검토의 일환으로 Fed 관리들은 고용을 평가하는 방식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잉글리시 교수는 Fed가 최대 고용에서 '부족'이 아닌 '이탈'이라는 표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과열되거나 식는 노동시장 모두 문제로 본다는 뜻으로, Fed가 고용시장이 너무 뜨거울 때 금리를 올리거나 식을 때 내릴 같은 근거를 준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잉글리시 교수는 "사람들이 독립성을 갖고 깊이 생각하며 옳은 일을 하려 했던 중앙은행으로 파월 Fed를 그리워하며 돌아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