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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폭염에 원전 가동 중단 대란…태양광, 처음으로 원자력 제치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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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폭염에 원전 가동 중단 대란…태양광, 처음으로 원자력 제치고 1위

프랑스 원전 18곳 모두 발전량 줄여...강물 온도 25도 넘으면 운전 멈춰야
유럽이 폭염으로 강물의 냉각수 기능이 위협을 받으면서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태양광이 에너지 수급의 중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GPT4o 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이 폭염으로 강물의 냉각수 기능이 위협을 받으면서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태양광이 에너지 수급의 중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GPT4o
유럽에 기록을 깬 폭염이 이어지면서 원자력 발전소들이 냉각수 부족으로 운전을 멈추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처음으로 원자력을 제치고 유럽연합(EU) 최대 전력원으로 올라섰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이 지난 20(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의 18개 원자력 발전소 모두가 올여름 전력 생산량을 줄였으며, 스위스와 중부 유럽 나라들도 냉각수 부족 문제를 겪었다.

◇ 강물 온도 25도 넘으면 생태계 보호 위해 원전 멈춰야


유럽 원자력 발전소들이 운전을 멈추는 이유는 냉각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소는 가까운 강에서 물을 끌어와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힌 뒤, 이 물을 다시 강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강 수온이 올라가면 냉각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이 강으로 나가면서 물고기와 수중 생물들이 죽을 위험이 커진다.

원자력 컨설팅 그룹 의장이자 서식스 대학 선임 학자인 폴 도프만(Paul Dorfman)은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과열된 물이 강으로 들어가면 강 생태계를 죽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각 나라는 강으로 내보낼 수 있는 물의 온도 기준을 정해놓고 있는데, 도프만은 "프랑스는 이 온도 기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2일 스위스 베즈나우 원자력 발전소는 아레강의 물 온도가 25도를 넘자 원자로 2기 모두를 멈췄다. 발전소 운영사인 악스포(Axpo)"강물이 더 뜨거워지는 것을 막고 강 생태계를 보호하려고 운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629일 골페슈 원자력 발전소가 가론강 수온 상승 때문에 원자로 하나를 멈췄다. 블라예와 뷔제 원자력 발전소도 냉각에 쓰는 강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져 전력 생산량을 줄였다.

◇ 폭염으로 전력 필요한 때 원자력 생산은 오히려 줄어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폭염 때문에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원자력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순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 전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점에 원자력 발전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임시 유럽 프로그램 책임자인 파벨 치자크(Pawel Czyzak)"모든 화력 발전소는 자동차 엔진처럼 뜨거운 장치를 식히려고 강이나 바다에서 물을 끌어온다""그런데 강물이 이미 뜨거우면 제대로 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엠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폭염 때문에 전력 수요가 스페인에서 14%, 프랑스에서 9%, 독일에서 6% 크게 늘었다. 치자크는 "평상시 여름에는 괜찮지만 폭염이 닥치면 전력 수요가 늘어나 전력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의 약 65%를 원자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치자크는 "원자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대신 켤 수 있는 다른 발전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태양광, 7EU 전력의 22% 차지해 원자력 21% 넘어서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엠버에 따르면 지난 7월 태양광 발전은 EU 전체 전력의 22.1%를 만들어내 원자력 발전량 21.8%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태양광이 EU에서 가장 큰 전력원이 된 것은 처음이다.

천연가스와 석탄을 합친 화석연료 발전량도 태양광과 원자력보다 적었다. 풍력과 수력발전을 합치면 모든 화석연료 발전량을 넘어섰다.

도프만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새로 만든 전력 시설의 94.2%가 재생에너지였다""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지으려면 13년에서 17년이 걸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다"고 말했다.

치자크는 "태양광 발전은 폭염 때 특히 유용하다""올해는 해마다 더 많은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고 있고 기록상 가장 많은 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는 대륙으로, 기온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도프만은 "앞으로 10년에서 20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내륙 강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