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 매입
부실채권 총 16조3613억 원, 약 113만 명 대상
파산 준할 정도면 사실상 1년 내 ‘빚 탕감’
부실채권 총 16조3613억 원, 약 113만 명 대상
파산 준할 정도면 사실상 1년 내 ‘빚 탕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업계 협약에 따라 곧 부실채권 매입 절차가 본격화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삼일·한영회계법인 등은 오는 12일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그리고 업권별 금융협회와 함께 채무 조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는 전국은행연합회·여신금융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한국대부금융협회·농협중앙회·새마을금고중앙회·신협중앙회·수협중앙회·산림조합중앙회·저축은행중앙회 등 총 11개 금융업권이 참여한다.
채권 매입은 올해 10월부터 시작해 약 1년간 금융업권과 공공기관별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말에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채무를 우선 소각하고, 그 외 채무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소각하거나 조정할 계획이다.
채권 매입가율은 평균 5%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용등급과 연체기간에 따라 최저 0.92%(10등급, 300개월 이상)에서 최대 13.46%(1등급, 85개월 미만)까지 산정된다. 채무자의 나이와 남은 대출잔액(OPB)을 종합해 10개 등급으로 나눈 뒤 일률 9%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즉 채무자의 나이·빚 규모·연체 기간을 기준으로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상환해야 할 비율을 달리한다. 나이가 많고 빚이 크며 연체 기간이 긴 경우,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매입가율을 1% 안팎만 적용해 사실상 대부분 빚이 탕감된다. 반대로 20~30대처럼 젊고 빚 규모가 작으며 연체 기간이 짧으면 매입가율이 10% 이상으로 책정돼 일부 상환을 요구받는다. 고령·고액·장기 연체자는 빚 부담을 크게 덜고, 청년·소액·단기 연체자는 일정 부분을 갚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정부가 배드뱅크를 통해 정리할 장기 연체채권은 총 16조3613억 원, 약 113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8조8462억 원은 캠코(4조6215억 원), 서민금융진흥원(2조4556억 원), 지역신용보증재단(1조364억 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민간 금융권 보유 물량은 7조5151억 원이다. 업권별로는 대부업이 2조3326억 원으로 가장 많고, 카드사 1조6842억 원, 은행 1조864억 원, 보험사 7648억 원, 저축은행 4654억 원, 캐피탈사 2764억 원, 상호금융권 5400억 원 순이다. 특히 카드·보험·저축은행·캐피탈·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떠안은 장기 연체채권은 약 3조7308억 원에 이른다.
다만 배드뱅크 출연금 분담 문제는 여전히 금융권의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분담 비율을 업권 자율에 맡겼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이 가장 좋은 은행권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실제로는 대부업과 카드사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업권 간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