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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말차에몽’, 말차코어 올랐지만 브랜드 성적표는 최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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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말차에몽’, 말차코어 올랐지만 브랜드 성적표는 최하위

남양유업, ‘말차에몽’ 흥행에도 소비자 신뢰는 제자리
상반기 흑자 전환했지만 불황형에 그쳐
경쟁사와 달리 본업 중심 확장에 머물러
남양유업이 출시한 '말차에몽' 제품. 사진=남양유업이미지 확대보기
남양유업이 출시한 '말차에몽' 제품. 사진=남양유업
말차 관련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말차 붐’이 확산하는 가운데 남양유업도 이에 맞춰 신제품 ‘말차에몽’을 편의점 4사에 선보였다. 온라인 사전 판매는 조기 마감되며 초기 관심을 끌었지만 이같은 인기가 곧바로 브랜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의 소비자 평판은 여전히 업계 최하위다. 2024년 KCSI(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남양유업은 우유 부문 77.2점으로 동종업계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매일유업은 84.1점, 서울우유는 83.2점을 기록하며 선두권을 지켰다. 발효유 부문 역시 hy(88.1점), 매일유업(87.7점)에 비해 낮은 83.3점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5년 K-브랜드지수에서도 9위에 그쳤고 일부 시기에는 톱(TOP)10에서 탈락하는 등 브랜드 신뢰의 열세가 뚜렷하다.

매출 성적에서도 격차는 분명하다. 남양유업은 2025년 상반기 매출 4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줄었지만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오랜 적자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21억원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매출 성장에 따른 실질 개선이라기보다는 비용 절감에 기댄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판매관리비와 광고선전비를 줄이며 영업이익률도 0.22%에 그쳐 구조적 경쟁력 확보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들과의 전략 차이도 두드러진다. 매일유업은 제과업체 ‘밀도’ 인수와 일본 삿포로와의 합작을 넘어 맥주 법인 ‘엠즈비어’를 설립하며 외식·주류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반면 남양유업은 기존 레스토랑 외식 브랜드를 정리하고 유제품과 연계된 카페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매장 확대에 나서는 등 본업 중심의 선택적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도 겹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국내 우유 소비량은 30.1kg으로 10년 전(2014년 32.5kg) 대비 7% 이상 줄었다. 출산율 저하로 수요 기반이 줄어드는 가운데 2026년부터는 미국·유럽산 유제품 무관세 적용이 예정돼 있어 국내 유업계의 수익성에는 추가 압박이 불가피하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불매 사태 이후 브랜드 신뢰를 되찾기 위해 준법·윤리 경영을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준법경영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도입하는 등 내부 통제 체계를 정비했다. 2024년 1월 한앤컴퍼니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책임 자율경영’ 제도와 워크아웃 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특수분유 공급 같은 사회적 책임 활동도 이어갔다. 최근에는 소비자 참여 행사를 확대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효율성을 개선해 경영 정상화 기반을 다지며 기업 이미지를 빠른 시일 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말차에몽’은 트렌드의 흐름을 잘 탄 신제품이지만 남양유업이 직면한 근본적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소비자가 다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회복되지 않는 한 이번 성과도 장기적 경쟁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