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RE+서 신제품 공개…고성능 NCA·가격경쟁력 LFP 동시 공략
2026년 中 관세 58%↑…FEOC 규제 속 K-배터리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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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하여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BESS 신제품들을 공개했다. 핵심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 1.7과 2.0 모델로, 두 제품 모두 2026년부터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설비의 폭발적인 증가와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수요 확대로 BESS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맞춰, 현지 수요에 직접 대응하고 물류 효율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SBB 1.7은 에너지 밀도에 강점을 둔 제품이다. 6.14MWh 용량을 갖춘 이 모델은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산화물(NCA) 셀을 탑재하여 기존 SBB 1.5 모델보다 에너지 밀도를 약 17% 높였다. 제한된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 BESS 사업에 최적이다.
반면 SBB 2.0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무기로 내세운 리튬인산철(LFP) 셀 기반 제품이다. 삼성SDI는 LFP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하고자 독자 기술을 집약했다. 회사 측은 SBB 2.0에 "LFP 셀의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하고 안전성과 낮은 가격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회사의 독자적인 프리즘형(각형) 폼팩터와 차별화된 소재, 전극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가격에 민감한 시장까지 공략할 제품군을 갖췄다.
NCA·LFP '투트랙' 신제품 공개
두 신제품 모두 안전 기술을 한층 강화했다. 독자적인 EDI(Enhanced Direct Injection) 기술을 적용해 BESS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였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 유지보수 및 내구성 예측 알고리즘을 탑재하여 최적의 운영을 지원한다. SBB는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 핵심 부품을 20피트 컨테이너에 모두 담은 일체형 시스템으로, 설치 편의성과 공간 효율성을 바탕으로 올해 초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생산 계획으로 현지화 전략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2026년 하반기부터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의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해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BESS와 함께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UPS) 신제품 'U8A1'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고출력·고에너지 밀도 셀을 적용해 기존 모델과 비교해 공간 효율을 33% 개선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더 적은 수의 셀로 정전에 신속히 대응해 비용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리튬망간산화물(LMO) 계열 셀을 사용한 이 UPS는 미국의 엄격한 화재 안전 표준인 UL9540A를 통과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해도 열이 주변 셀로 번지는 것을 막는 독자 기술 '열확산 방지(No TP)'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FEOC 타고 K-배터리 3사, 북미 시장 선점 '각축전'
삼성SDI의 북미 시장 공략은 이미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NextEra)와 4370억 원(약 3억 100만 달러)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2024년 4월 15일부터 2025년 11월 20일까지의 기간을 소급 적용하며, 넥스트에라가 미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BESS 사업에 삼성SDI가 ESS 장비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번 RE+ 전시회를 기점으로 한국 배터리 3사의 북미 ESS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80%에 육박했던 중국산 제품 점유율이 2026년에는 크게 줄고, 그 자리를 K-배터리가 절반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들 역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LFP, SK온은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앞세우는 등 기업마다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삼성SDI의 프리즘형 LFP와 고성능 NCA '쌍끌이' 전략이 어떤 경쟁 우위를 보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