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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취업 시장 최악… 연준 금리 인하에도 63% "구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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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취업 시장 최악… 연준 금리 인하에도 63% "구직 불가능"

부동산·고용시장 동반 추락… 주택매매량 대침체 이후 최저·이직률 급감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주택 구매, 이직, 이사 등 주요 경제활동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주택 구매, 이직, 이사 등 주요 경제활동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GPT4o
고금리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주택 구매, 이직, 이사 등 주요 경제활동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1(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일반 소비자들의 경제 제약은 지속되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 제한… 구조 문제 심각


연준은 최근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경제학자들은 이것만으로는 일반 미국인들의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보수 연구소인 맨해튼연구소의 제시카 리들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은 경제 불확실성, 관세, 물가 상승, 경기침체 가능성 때문에 점점 더 경제적 여력에 마비 상태가 되고 있다""연방기금금리의 0.25%포인트 변화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월간 주택 판매량은 최근 바닥을 기록하며 2000년대 대침체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고용시장도 상당히 침체된 상황이다. 올해 들어 고용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해 최근 3개월간 88000개의 일자리만 추가됐는데, 이는 작년 여름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이주 빈도도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직 시장 경색… "경력 발전 막혀"


워싱턴포스트-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현재를 구직하기 나쁜 시기라고 답했는데, 이는 좋은 시기라고 답한 비율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이달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의 새 일자리 확보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 고용연구소의 앨리슨 슈리바스타바 경제학자는 "이직은 경제 건전성에 매우 중요하다""실제로 인력 이동이 필요하다. 이것이 근로자들이 더 나은 임금을 받고 필요한 곳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경력을 발전시킬 수 없는 정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환경과학 학위를 받고 졸업한 지 거의 1년이 된 사우스캐롤라이나 거주 재신다 스나이더(23)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지금 취업하기가 너무 어렵고, 살 곳을 찾기도 어렵다""안정성을 가질 방법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자동차도 없고 이사할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구직 전망은 매우 제한돼 있다.

과거 이직자들이 직장을 유지하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을 누렸으나, 최근에는 이런 관계가 뒤바뀌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노동부 자료 분석에 따르면 최근 7개월 중 6개월 동안 직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이직자들보다 더 높은 급여 인상을 받았다.

주택시장 경색… 저금리 시대 수혜자들 움직임 제한


자유시장 연구소인 퍼시픽리서치연구소의 웨인 와인가든 경제학자는 "지금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찰스(64)는 약 1년 전 정보기술 분야 연방 계약직을 잃은 후 150곳 이상에 지원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최근 식료품점에서 시간제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높은 소득과 더 자극인 업무에 익숙했다""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으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물 위에서 발버둥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찰스와 그의 아내는 대학에 다니는 딸이 있어 저축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밝은 면이 있다고 했다. 그들은 2018년 집값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기 전에 집을 샀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찰스는 "우리는 3% 금리의 멋진 집에 갇혀 있다""지금 이 집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고 말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현재 약 6.3% 수준을 맴돌고 있는데, 이는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적당한 가격의 주택도 월 수백 달러의 추가 부담을 의미한다. 대유행 기간 중 저금리로 대출을 고정한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어 주택시장의 경색에 이바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일시적 현상" 주장하나 우려 지속


백악관은 경제의 정체 현상이 일시인 문제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들이 풍부한 일자리와 매우 낮은 금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감세, 규제 완화, 무역 협정을 언급하며 "8개월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친성장 경제정책 의제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올해 다양한 인생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일자리를 원하나 구직을 포기하고, 새 냉장고도 사고 싶지만, 이를 미루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금 당장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는 전혀 돈을 쓰고 싶지 않다""배우자가 괜찮은 돈을 벌고 있어서 부부로서는 꽤 잘하고 있으나,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한다.

이런 가운데 관세와 이민 단속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경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미국 경제의 정체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