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성장 둔화…2035년 AI 데이터센터 전력 30배↑ 전망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ESS 시장 견인
배터리쇼에서 업계의 관심은 ESS로 집중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4년 4기가와트에서 2035년 123기가와트로 3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구글, 메타,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학습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전력 공급과 비용 관리를 위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로모션의 에너지 리서치 책임자인 산 토목은 "전기차 시장이 다소 부진한 한 해였는데도 ESS 시장은 올해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공급업체들이 전력을 저장해 필요시 공급하는 용도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의 안정된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LG·SK, 북미 ESS 생산 본격 착수
SK온도 지난 9월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7.2기가와트시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SK온 북미 사장인 롭 슈넬은 "전기차와 ESS 모두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며, 두 시장 모두 중기로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들도 ESS 시장에 동참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레드우드에너지와 손잡고 신규 배터리와 재사용 배터리를 공급해 AI 기업 크루소의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제공하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스테파니 발데스-스트리티 전략기획 이사는 "재사용 배터리가 전력망 안정화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배터리 추진 및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인 커트 켈티는 "GM의 배터리 전략이 운송 부문을 넘어 에너지 복원력, 지속가능성, 디지털 인프라로 확장되는 강력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망 하향 조정, 2030년 점유율 20% 예상
배터리 업계가 ESS로 눈을 돌린 것은 전기차 시장 전망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공급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북미 배터리 생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달 30일 연방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약 1070만 원)가 종료되면서 성장세는 더욱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쇼 참가 업체들은 2030년까지 미국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약 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과거 수년간 예상했던 40~50%에서 크게 낮춘 수치다. 2024년 전기차 점유율이 약 8%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성장세이지만,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채우고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해서는 밝은 전망을 유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오스틴 스티븐 매니저는 포드가 머스탱 마하-E 크로스오버용으로 개발한 배터리 셀을 트랜싯 밴에 활용하는 사례를 들며 "승용차 기술을 소형 상용차에 통합하는 데서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바솔루션스의 대니얼 스팔딩 수석 부사장은 "ESS든 차량용이든 연구개발이든 소비재든 배터리는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