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웨이퍼 7.5만장 증설에도 '블랙웰' 수요 감당 불가…글로벌 쟁탈전 심화
패키징 뚫리면 이번엔 '전력 쇼크' 덮친다…2030년 데이터센터 전기 소비 2배로
패키징 뚫리면 이번엔 '전력 쇼크' 덮친다…2030년 데이터센터 전기 소비 2배로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승패가 화려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도가 아닌, 대만 TSMC의 후공정 라인에서 갈리고 있다. 이른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로 불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AI 붐의 숨겨진 '아킬레스건'이자 최대 병목(Single Biggest Constraint)으로 지목됐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확보하려 해도, 이를 조립할 패키징 라인이 없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빈 랙(Rack)만 채워놓고 대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일 디지타임스와 알렉스 카터(Alex Carter)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CoWoS 공정의 생산 능력 한계는 단순한 물량 부족을 넘어 하드웨어 로드맵 지연, 가격 고공 행진, 그리고 다가올 전력 위기까지 촉발하는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TSMC 증설 속도전에도 '공급 절벽' 여전
CoWoS는 실리콘 인터포저라는 미세한 가교 위에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병렬로 배치해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는 기술이다. 이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이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Blackwell)'이 채택한 'CoWoS-L' 공정이다. 기존보다 더 큰 인터포저를 사용하는 이 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아 수율 확보가 어렵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2025년 CoWoS-L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이미 선점(Booked)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 엔비디아가 TSMC의 패키징 라인을 독식하면서 경쟁사들은 남은 슬롯을 두고 '이삭줍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패키징 슬롯 확보 여부가 곧 시장 진입을 결정짓는 '게이팅 팩터(Gating Factor)'가 된 셈이다.
패키징 풀리면 '전력 쇼크' 온다
역설적이게도 패키징 병목이 해소되는 순간, 인류는 또 다른 재앙적 위기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전력 쇼크'다. 그동안 부품 부족으로 억눌려 있던 고성능 가속기들이 일시에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완만한 곡선이 아닌 '계단식(Step Changes)'으로 폭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 평가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 약 945테라와트시(TWh)로 현재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AI 특화 데이터센터의 경우 소비량 증가 속도가 4배 이상 빠르다. S&P 글로벌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유틸리티 전력 수요가 2025년 말 61.8기가와트(GW)에서 2030년 3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엑사스케일(Exascale) 시스템과 빅테크 기업의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곳마다 전력망 부하가 한계치에 다다랐다. 유럽에서는 벨기에 등이 데이터센터에 고정된 전력망 용량을 할당해, AI 산업이 타 산업의 전기를 빨아들이는 현상을 막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패키징 기술이 촉발한 나비효과가 글로벌 에너지 정책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삼성·인텔 추격과 'AI 주권' 전쟁
CoWo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적·지리적 다변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는 'EMIB'와 '포베로스(Foveros)'를, 삼성전자는 '아이큐브(I-Cube)'와 '엑스큐브(X-Cube)' 등 독자적인 2.5D·3D 패키징 기술로 대안을 제시하며 추격 중이다. 원형 웨이퍼 대신 사각형 패널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패널 레벨 패키징(CoPoS)' 기술도 연구되고 있으나, 당장의 공급난을 해소하기엔 시차(Time lag)가 존재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CHIPS for America)'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내 첨단 패키징 생태계 육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첨단 패키징 능력은 이제 단순 제조 기술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빅테크가 패키징 물량을 싹쓸이하는 구조 속에서, 스타트업이나 공공 연구소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 접근이 차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국가 간 'AI 주권(AI Sovereignty)'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SW 다이어트와 친환경의 공존
물리적 증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해법도 제시된다. FP8 등 저정밀도 연산 포맷을 도입해 동일 작업에 필요한 칩 수를 줄이거나, 전력망 여유가 있는 시간대와 지역으로 AI 워크로드를 분산시키는 '탄소 인식 스케줄링(Carbon-aware scheduling)'이 그것이다. 또한 원전이나 핵융합 등 청정에너지원을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도 가시화되고 있다.
TSMC의 CoWoS 병목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HBM 수급·ABF 기판 부족·대형 인터포저 수율 등 복합적 난제가 얽힌 구조적 상수다.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확장은 이제 얼마나 많은 칩을 설계하느냐가 아니라, 그 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패키징하고 전력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특징주] 로보티즈, 주가 30만원 눈앞…시가총액 4조원 '돌파'](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5120414124101299edf69f862c118235749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