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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들 사람이 없다"…美, 韓·日 이어 튀르키예에도 'SOS' 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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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들 사람이 없다"…美, 韓·日 이어 튀르키예에도 'SOS' 타전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 대표단, 이스탄불 조선소 급파…호위함 공동 건조 및 부품 공급 논의
트럼프 "동맹국 활용해서라도 함정 늘려야"…S-400 제재에도 '조선업 위기' 탈출 위해 협력 타진
'밀젬(Milgem)' 프로젝트로 해군 강국 부상한 튀르키예…韓 한화오션·日과 수주 경쟁 가세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항공모함 'USS 해리 S. 트루먼'을 방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해군의 함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일본에 이어 튀르키예와도 호위함 건조 및 부품 공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항공모함 'USS 해리 S. 트루먼'을 방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해군의 함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일본에 이어 튀르키예와도 호위함 건조 및 부품 공급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대중국 견제를 위해 '압도적 해군력' 재건을 천명한 미국이 심각한 자국 내 조선업 붕괴와 생산 병목 현상에 직면하자, 전통적 우방인 한국과 일본에 이어 튀르키예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해군의 함정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튀르키예와의 조선 협력을 심도 있게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3일(현지 시각) "미국과 튀르키예가 지난해부터 해군 조선 협력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최근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대표단이 이스탄불 해군 조선소를 방문해 실사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美 "배 한 척 건조도 버겁다"…튀르키예 '밀젬' 프로젝트 주목


미국이 튀르키예에 눈을 돌린 이유는 명확하다. 미 해군은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맞서 함대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들은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화로 기존 함정의 유지보수조차 감당하기 힘든 '위기(Crisis)'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존 펠런 미 해군성 장관이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와 진행하던 차세대 호위함 '컨스텔레이션급' 사업을 취소한 것도 이러한 난맥상을 보여준다.

반면 튀르키예는 자국산 군함 개발 프로젝트인 '밀젬(Milgem)'을 통해 신흥 해군 강국으로 떠올랐다. MEE에 따르면, 펜딕(Pendik)과 투즐라(Tuzla) 지역에 밀집한 튀르키예 조선소들은 자국 해군과 파키스탄 해군을 위해 동시에 3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미국 관리들은 튀르키예가 미 해군 함정에 들어갈 부품(Components)을 공급하거나, 더 나아가 미 해군을 위한 호위함을 공동 건조(Co-production)하는 방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실용주의…"제재보다 배가 급하다"


정치적 걸림돌은 남아 있다. 튀르키예는 2019년 러시아산 S-400 방공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적대국 대응 제재법(CAATSA)' 적용을 받고 있다. 미 의회의 감시가 깐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지난 1월 "우리는 예전처럼 배를 하루에 한 척씩 만들지 못한다"며 "함정 건조를 위해 동맹국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야만 한다(We might have to)"고 강조했다.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면 제재를 우회해서라도 동맹의 생산 기지를 활용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 역시 "미 국방부는 이미 대체 생산 기지를 물색해 왔다"며 조선 분야 협력이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 우회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일본과 경쟁 불가피…'가성비'와 '숙련공'이 무기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미 한국의 한화오션(필리조선소 인수)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일본 조선소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튀르키예까지 가세할 경우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및 신조 시장을 둔 동맹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튀르키예 방산 전문가 쿠빌라이 일디림(Kubilay Yildirim)은 "미국은 인력과 도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튀르키예는 자동화된 공정과 풍부한 용접 인력, 그리고 민군이 협업하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물량과 납기 면에서 미국을 도울 최적의 파트너"라고 자신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