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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넥스트 코리아’는 인도… 2조 9000억 원 베팅하며 Arm과 완전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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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넥스트 코리아’는 인도… 2조 9000억 원 베팅하며 Arm과 완전 결별

“설계보다 인프라 장악” 엔비디아, Arm 지분 0% 정리하고 인도에 ‘20,736개 블랙웰’ 심는다
2조 9000억 원 규모 ‘AI 슈퍼클러스터’ 뉴델리 상륙… 하드웨어 제조 넘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英·日 자본 동맹 대신 인도 시장 실리 택한 젠슨 황, 글로벌 AI 공급망 판도 뒤흔든다
세계 최대 AI 칩 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자산(IP)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인도라는 거대 시장의 인프라를 직접 장악하는 실리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AI 칩 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자산(IP)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인도라는 거대 시장의 인프라를 직접 장악하는 실리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엔비디아는 5년 전 400억 달러(58조 원)를 들여 집어삼키려 했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지분을 이 시점에 모두 팔아치웠을까. 세계 최대 AI 칩 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자산(IP)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인도라는 거대 시장의 인프라를 직접 장악하는 실리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엔비디아는 Arm 지분 1.1백만 주를 전량 매각하는 동시에, 인도 데이터센터 기업 '요타(Yotta)'와 손잡고 뉴델리 인근에 20억 달러(29000억 원) 규모의 AI 기술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인도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전망 (2024~2026).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JLL(Jones Lang LaSalle) India 'Data Center Report 2025', IDC India 'Cloud Infrastructure Tracker', 및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 정책 자료 종합.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 전망 (2024~2026). 도표=글로벌이코노믹/출처=JLL(Jones Lang LaSalle) India 'Data Center Report 2025', IDC India 'Cloud Infrastructure Tracker', 및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 정책 자료 종합.


엔비디아-Arm ‘4년 동행종지부… 지분율 0%로 완전 정리


블룸버그 통신이 18(한국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중 보유하고 있던 Arm 주식 1.1백만 주를 모두 매각했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약 14000만 달러(203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엔비디아가 보유한 Arm의 지분은 공식적으로 제로(0)’가 됐다.

엔비디아와 Arm의 인연은 지난 2020년 엔비디아가 Arm4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당시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았으나, 독점 논란을 우려한 각국 규제 당국과 경쟁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20222월 양사는 인수 계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인수 실패 이후에도 엔비디아는 Arm의 주주로서 협력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번 전량 매각을 통해 기술적·자본적 독립을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더 이상 설계 자산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확보한 현금을 AI 연산 서비스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등 더 시급한 분야에 투입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 요타와 손잡고 아시아 최대 AI 클러스터구축


엔비디아의 시선이 향한 곳은 인도였다. 인도 경제매체 라이브민트(Livemint)18일 엔비디아가 인도 데이터센터 기업 요타 서비스(Yotta Data Services)와 협력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AI 컴퓨팅 허브를 구축한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를 인도 현지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배치하는 것이다. 요타의 공동 창업자 수닐 굽타는 "엔비디아가 요타의 인프라 내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DGX 클라우드 슈퍼클러스터' 중 하나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약 1300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인도 현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총 투자 규모는 20억 달러를 웃돌며, 오는 8월까지 뉴델리 인근 데이터센터 캠퍼스에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약 10억 달러(14500억 원) 규모의 4년 계약을 통해 이 인프라를 활용,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에게 AI 모델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설계보다 인프라… 엔비디아의 변심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엔비디아의 이번 행보는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설계에서 연산 자원 공급 및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칩을 설계하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대 시장인 인도에 직접 AI 인프라를 심어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수닐 굽타 요타 대표는 이코노믹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확장을 통해 인도의 컴퓨팅 용량은 현재보다 5~6배 증가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을 포함해 GPU 공급을 기다리는 500개 이상의 응용 프로그램 수요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타는 향후 2년 안에 GPU 사용량을 현재 4만 대 수준에서 7500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엔비디아가 인텔, 노키아 등의 지분은 유지하면서도 Arm만 정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엔비디아가 자체 CPU(중앙처리장치) 개발 능력을 충분히 확보함에 따라, 굳이 Arm의 지분을 들고 있을 전략적 이유가 사라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엔비디아가 인도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및 서버 시장의 지형도 급변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인도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직접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함에 따라, 향후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및 서버 부품 업체들의 공급망 전략도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