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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원대 '캐나다 잠수함 대전', 막 오른 결전의 날…한국 '팀 코리아' 승부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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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원대 '캐나다 잠수함 대전', 막 오른 결전의 날…한국 '팀 코리아' 승부수 던졌다

3월 2일 입찰 마감, 한화오션 최종 제안서 제출…독일에 앞선 '2035년 4척 인도' 약속
경제 파급효과 25만 개 일자리·200조 원 제시…방산을 넘어 수소·철강·우주 아우르는 '국가 패키지'
밴쿠버 함대 주간 행사에 참가한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코너 브룩(HMCS Corner Brook)호의 모습. 현재 캐나다의 잠수함 전력은 퇴역 임박으로 인해 극도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를 대체할 한국과 독일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The Canadian Press이미지 확대보기
밴쿠버 함대 주간 행사에 참가한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코너 브룩(HMCS Corner Brook)호의 모습. 현재 캐나다의 잠수함 전력은 퇴역 임박으로 인해 극도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를 대체할 한국과 독일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The Canadian Press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을 교체하는 35조 원(24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가 마침내 운명의 주말을 지나 결전의 장에 들어섰다. 3월 2일(현지 시각) 입찰 제안서 마감 시한을 기해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TKMS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며 양국 간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이번 입찰은 캐나다 안보의 향방은 물론, 향후 수십 년간의 글로벌 방산 지형을 바꿀 '세기의 대결'로 평가받는다

2일 캐나다 국영 방송 C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정부는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어 이르면 오는 6월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시간'과 '물량'의 싸움…한국 "2035년까지 4척 인도 가능하다"


현재 캐나다 해군의 상황은 절박하다. 1990년대 영국에서 중고로 들여온 4척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노후화로 인해 현재 단 1척만이 작전 가능한 상태다. 캐나다 해군 사령관 앵거스 톱시 제독은 "잠수함은 우리 영해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자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증인"이라며 조속한 교체를 촉구해 왔다.
이에 한화오션은 캐나다 해군이 기존 잠수함을 퇴역시키기 시작하는 2035년까지 총 4척의 잠수함을 즉시 인도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이는 독일 TKMS가 2032년 첫 호기 인도를 공언하면서도 이후 생산 일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에 이미 실전 배치된 'KSS-III(도산안창호급)'의 입증된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캐나다의 전력 공백을 가장 확실하게 메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단순 무기 판매 넘어선 '범국가적 경제 보복(Offset) 패키지'


캐나다 정부가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경제적 이익'이다. 마크 카니 정부는 국방 계약의 70%를 자국 기업에 배분하겠다는 국방 산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이에 대응해 연간 2만 5000개, 2040년까지 최대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졌다.

글렌 코플랜드 한화오션 캐나다 법인장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입찰은 한화만의 제안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 그리고 현대차그룹 등 '팀 코리아' 전체가 보증하는 국가적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rie)에 위치한 알고마 스틸 공장의 전경. 한화오션은 이곳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캐나다산 철강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메이크 인 캐나다' 전략을 입찰서에 담았다. 사진=The Canadian Press이미지 확대보기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rie)에 위치한 알고마 스틸 공장의 전경. 한화오션은 이곳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캐나다산 철강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메이크 인 캐나다' 전략을 입찰서에 담았다. 사진=The Canadian Press


구체적인 산업 협력 방안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정수인 '팀 코리아'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철강 분야에서는 온타리오주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에 2억 7500만 달러를 투입해 신규 압연 설비를 구축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캐나다산 철강을 잠수함 건조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메이크 인 캐나다(Make in Canada)'를 실현할 계획이다.

미래 에너지와 우주 분야를 아우르는 파격적인 제안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현지에 수소 연료전지 허브를 조성해 수소 트럭 및 철도 등 친환경 운송 인프라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노바스코샤주에는 독자적인 로켓 발사 시설 건설을 돕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영토에서 스스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이른바 '우주 주권'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독일의 역습…'유럽 혈맹'과 '북극해 최적화' 강조


독일의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12CD'형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미 독일과 이탈리아 해군에서 검증된 212A급의 진화형인 이 모델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통한 뛰어난 정숙성과 북극해의 혹독한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독일 정부 역시 나토(NATO) 동맹국으로서의 결속력과 유럽 내 공급망 공유라는 카드를 흔들며 캐나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속도전'과 '신뢰'…승부처는 캐나다 현지화 역량


한화오션의 이번 입찰은 한국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다.

첫째, '검증된 현용 전력'이라는 강점이다. 독일의 212CD가 여전히 개발 및 개량 단계에 있는 반면, 한국의 KSS-III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젤 잠수함으로서 이미 바다를 누비고 있다.

둘째, '통합 패키지'의 위력이다. 잠수함 건조뿐만 아니라 철강, 수소, 우주 산업까지 아우르는 한국의 제안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캐나다의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셋째, '납기 준수'의 신뢰도다. 폴란드 K2 전차 수출에서 보여준 한국의 경이로운 납기 속도는 관료주의적 조달 체계에 지친 캐나다 정부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최종 승자는 누가 더 캐나다의 '안보 공백'을 빨리 메우고, 누가 더 캐나다 '경제의 심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국방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지금 캐나다 오타와에서 쓰이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