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홍콩 ELS 사태, 금융투자 자기책임 원칙 세워야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홍콩 ELS 사태, 금융투자 자기책임 원칙 세워야

임광복 금융부 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임광복 금융부 부장
금융위원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과징금 결정이 지연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1조3000억 원 규모의 자율 배상을 완료했고, 피해자 96%와 합의했다. 법원은 개별 소송에서 “장래 지수 변동에 따른 손익 판단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며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금융위가 1조4000억 원대 과징금 결론을 번번이 미루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투자 자기책임 원칙' 사이에서 스스로 기준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저금리여서 금융투자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과보호’ 논란에 시달려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 무역금융펀드(2020), 옵티머스 펀드(2021) 펀드, 홍콩 ELS(2024년) 등 원금 전액 배상을 남발했다. 금융투자상품이라도 손실이 나면 투자자들은 ‘피켓을 들고’ 금감원 앞에 모여 100% 배상을 요구했다.

물론 자산운용사의 펀드 돌려막기, 은행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투자상품에 100% 배상 조정안이 이렇게 많이 나올 정도였는지는 되짚어볼 대목이다.

이런 선례가 계속 쌓이면 한국 금융투자시장이 발전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손실 나면 일단 분쟁조정·집단소송 먼저’라고 학습이 된 상태다. 안전한 예금보다 좀 더 수익을 얻기 위해 모험하는 것이 펀드·ELS 등 금융투자상품이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조차 손실을 판매사·발행사로 전가한다면, 은행과 증권사는 공급을 줄이거나 비용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보호’란 이름으로 고위험 상품 시장을 고사시키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은행에 예대마진 장사만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금융당국으로선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홍콩 ELS 문제는 금융위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원이 이미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도 영업정지 예고에서 기관경고로, 2조 원 과징금 통보에서 1조4000억 원대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금융당국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다른 잣대를 고집할 경우 행정소송 리스크만 키운다. 홍콩 ELS 투자자의 91.4%가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었다는 통계는 상징적이다. ELS 초보자가 아니라 수차례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수익을 냈던 투자자였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지금이라도 금융투자시장 활성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째, 홍콩 ELS 과징금 수위를 금감원 수준에서 더 합리화해 은행의 자율배상·사후수습 노력을 감경 사유로 분명히 반영하는 것이다. 금소법 감독규정이 명시한 ‘사후 피해회복 노력 시 기본과징금 50% 감경’ 원칙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둘째, 향후 고난도 상품 제재 기준에서 투자경험·위험인식·거래규모 등에 따른 자기책임 규정을 명문화하는 작업이다. 손실이 날 때마다 투자자들의 생떼를 받아주다간 금융강국으로 발전하는 것이 요원하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주요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지만 금융은 유독 취약 분야에 머물고 있다.

셋째, 사모펀드 사태 때처럼 분조위가 100% 배상 조정을 남발하지 않도록 자기책임 원칙을 법적·행정적 선례로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 법원도 투자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금융위의 홍콩 ELS 사태 마무리는 금융투자시장 활성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과징금을 ‘얼마나 세게 때릴 것인가’가 아니라 더는 이 같은 구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다. 상품 설계 단계의 규율, 판매사 설명·적합성 의무의 정교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함께 묶어내야 한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금은 고위험·고수익 상품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책임감을 갖고 금융투자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판단에 나서야 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