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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비상… 헬륨 가격 200% 폭등 현실화되나 [중동 공급망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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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비상… 헬륨 가격 200% 폭등 현실화되나 [중동 공급망 전쟁]

카타르산 헬륨 65% 의존 韓, 호르무즈 봉쇄에 반도체 생산라인 위협
현물가 1주 새 50% 급등 · 피치 "최대 200% 치솟을 수 있다" 경고
반도체 공정에서 헬륨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소재다. 초고순도(99.9999%) 헬륨은 웨이퍼 냉각, 플라즈마 식각 공정의 분위기 제어, 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챔버 내 잔류 가스 제거에 두루 쓰인다. 나노미터 단위 미세 공정일수록 온도 관리가 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헬륨이 끊기는 순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공정에서 헬륨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소재다. 초고순도(99.9999%) 헬륨은 웨이퍼 냉각, 플라즈마 식각 공정의 분위기 제어, 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챔버 내 잔류 가스 제거에 두루 쓰인다. 나노미터 단위 미세 공정일수록 온도 관리가 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헬륨이 끊기는 순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천·평택 팹(Fab) 라인의 재고 계기판이 중동 전장의 총성에 맞춰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매 담당자들이 헬륨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게 된 것은 20262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부터다. 에너지 위기에 그칠 것으로 여겼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헬륨 쇼크'라는 새로운 전선을 열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공급망의 민낯을 드러내는 위기 앞에 섰다.

한국 반도체 헬륨 수급 위기 대응 핵심 과제.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반도체 헬륨 수급 위기 대응 핵심 과제. 도표=글로벌이코노믹


"40일 타임아웃"… 멈추면 수십억 원 손실


반도체 공정에서 헬륨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소재다. 초고순도(99.9999%) 헬륨은 웨이퍼 냉각, 플라즈마 식각 공정의 분위기 제어, 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챔버 내 잔류 가스 제거에 두루 쓰인다. 나노미터 단위 미세 공정일수록 온도 관리가 수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헬륨이 끊기는 순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운송의 물리적 한계다. 헬륨은 액체 질소로 절연된 극저온 특수용기에 담아 옮겨야 하는데, 보관 가능 기간이 약 40일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운송 중인 물량 자체가 기화되어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번 가동을 멈춘 팹을 재가동하는 데만 수십억 원의 비용과 최소 2~4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공급 차질은 가격 문제를 넘어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28(현지시각)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헬륨 업계 컨설턴트를 인용해 "쓰나미가 오고 있지만, 아직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뿐"이라며 임박한 공급 대란을 경고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액체 헬륨을 실은 특수 컨테이너 수백 개가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공급 3분의 1 마비… 한국은 의존도 65%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를 담당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헬륨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과정에서 분리·정제되는 부산물인데,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에너지(QE)의 핵심 LNG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헬륨 생산이 연쇄 중단됐다. 카타르에너지는 '불가항력'을 공식 언급했다. 이로 인해 세계 헬륨 공급 약 3분의 1이 즉시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미치는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헬륨 수입량 중 약 65%가 카타르산이었다.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헬륨의 카타르 의존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는 한국이 카타르 생산 중단이라는 단일 변수에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임을 의미한다.

한국과 달리 대만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가스 기업들은 아시아 현지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대만 반도체 제조공사(TSMC)는 수개월치 재고를 비축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태 장기화 시 TSMC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만 헬륨을 우선 배정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본다.

현물가 이미 50% 폭등… 피치 "최대 200% 가능"


가격 신호는 이미 심상치 않다. 헬륨 현물가는 전쟁 발발 이후 1주일 사이 50%가량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가격이 두 배로 뛰어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자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경우 현물 가격이 최대 2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4~6개월치 헬륨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첨단 공정은 재활용 시스템으로 회수율이 90%에 달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당장 생산이 멈추지는 않으나, 사태가 5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경우 수급 차질을 우려했다.

또 다른 위협도 병존한다. 반도체 회로 형성에 쓰이는 브롬의 경우 한국은 수입량의 약 98%를 이스라엘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 전선이 확대될수록 복합 소재 리스크가 증폭되는 구조다.

2022년 네온 쇼크의 판박이… 이번엔 더 위험하다


이번 헬륨 공급망 위기는 새로운 충격이 아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반도체 식각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크립톤·제논의 공급이 급감하며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단기 충격에 그쳤다고 안도했지만, 이번 사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헬륨은 네온보다 대체 공급선이 훨씬 제한적이고, 극저온 운송 특성상 우회로 확보도 쉽지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경학적 집속탄'으로 활용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공급망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제재라는 금융 수단으로 이란을 옥죄는 미국에 맞서, 이란은 물리적 통로를 차단하며 반도체와 식량(비료)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흔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달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한국 제조업 생산비용이 최대 11.8%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대 긴급 과제… 구조 개혁 없이는 반복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의존도가 높은 10여 개 반도체 소재·장비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고, 산업통상부 차관 주재로 민관 합동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도 비상 수급망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 비축으로 위기를 넘기는 '임시방편'이 반복돼 왔다는 점을 꼬집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국내 기업들이 핵심 소재 공급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이번 헬륨 쇼크를 공급망 다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륨은 지구 대기 중 0.0005%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소 자원이다. 한 번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면 우주로 사라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그 물리적 희소성이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한국이 이번 위기를 '일회성 충격'으로 처리한다면, 다음 공급망 단절은 더 깊은 곳을 찌를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 내재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