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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킨 낸드플래시…소니, 메모리카드 ‘판매 포기’ 선언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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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킨 낸드플래시…소니, 메모리카드 ‘판매 포기’ 선언의 충격

일본서 CFexpress·SD카드 전 제품군 주문 중단…가격 인상 넘어선 ‘공급 절벽’
“돈 안 되는 건 안 만든다” 거대 AI 서버가 빨아들인 반도체 생산라인의 비극
플레이스테이션5 가격 인상과 연쇄 반응…글로벌 IT 기기 ‘품귀 잔혹사’ 시작되나
소니 재팬이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거의 모든 메모리카드 제품군의 주문 접수를 전격 중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소니 재팬이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거의 모든 메모리카드 제품군의 주문 접수를 전격 중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세계 최대 전자기업 중 하나인 소니가 자국 시장에서 주력 메모리카드 판매를 돌연 포기했을까. 이는 단순한 부품 부족을 넘어, 인공지능(AI) 발 반도체 블랙홀이 일반 소비자 가전 생태계를 고사시키고 있는 위험한 신호다.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29(현지시각) 보도에서 소니 재팬이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거의 모든 메모리카드 제품군의 주문 접수를 전격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7일부터 소니 스토어와 공식 대리점 전체에 적용됐으며, 주문 재개 시점은 기약이 없다.

돈 되는 AI’에 밀린 소비자용 메모리…생산 라인의 인위적 재배치


이번 소니의 주문 중단 목록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문가용 카메라 필수품인 CFexpress Type A(240GB~1,920GB)Type B(240GB·480GB)는 물론, 일반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SD카드 전 제품군이 포함됐다. 내구성이 핵심인 '터프(TOUGH)' 시리즈와 보급형 SF-M, SF-E 시리즈까지 판매가 막혔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가격 인상이 아닌 주문 중단을 선택한 배경에 주목한다. 이는 낸드플래시(NAND Flash)와 컨트롤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본질적인 원인은 AI 서버가 메모리 생산 설비 자체를 빨아들이는 자원 독식에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제조사들은 현재 수익성이 수배 높은 기업용 고성능 SSD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같은 낸드플래시를 쓰더라도 기업용 SSD는 평균판매가격(ASP)이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마진이 낮고 고객 충성도가 낮은 메모리카드는 제조사 입장에서 생산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95% 폭등 예고된 메모리 값…소니의 외부 의존형구조가 화 키웠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오는 20261분기 D(DRAM)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낸드플래시는 55~60% 폭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슨(Phison)의 최고경영자(CEO) 역시 낸드 부족 탓에 올해 일부 가전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니가 이번 타격을 먼저 맞은 것은 사업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분야의 절대 강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저장장치의 핵심인 낸드는 삼성전자나 키옥시아 등 외부에 의존한다. 고성능 CFexpress 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니 카메라 사용자로서는 기기 성능을 100% 활용할 탄약이 떨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방송·영상 제작 산업 전반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PS5 가격 인상과 도미노 타격…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메모리 부족의 여파는 완제품 가격으로 전이되고 있다. 소니는 메모리카드 판매 중단과 동시에 플레이스테이션5(PS5)의 미국 가격을 549.99달러(82만 원)에서 649.99달러(98만 원)100달러 인상했다. 원자재값 상승을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다만, 현재의 극단적 품귀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낸드 업계의 감산 기조가 완화되고 신규 설비 가동이 시작되면 2026년 하반기부터는 수급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시장에서 주목할 일로 △제조사들의 수익성 위주 재편(메모리 업체들이 저마진 제품 생산을 계속 줄일 것인가) △콘텐츠 제작 비용 상승(메모리카드 품귀가 전문 영상 및 드론 산업의 단가 인상으로 이어지는가) △가전 기기의 인플레이션고착화(반도체 가격 상승분이 스마트폰, PC 등 다른 완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가)를 거론한다.

소니의 이번 선언은 AI 혁명의 화려함 뒤에 숨은 소비자 가전 공급망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향후 IT 기기 구매를 계획 중인 소비자라면 메모리 관련 부품의 가격 변동과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이번 소니의 주문 중단 사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익성 극대화'라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양사는 저마진 제품인 메모리카드용 낸드 공급을 줄이는 대신, 수요가 폭증한 기업용 고성능 SSD(eSSD)로 생산 라인을 빠르게 전환하며 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소니 같은 거대 완제품 기업이 '판매 포기'를 선언할 만큼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향후 가격 협상 주도권은 완전히 메모리 칩 제조사로 넘어오게 된다.

특히 AI 서버에 필수적인 HBM3E·HBM4 생산을 위해 일반 D램 라인을 축소하면서 발생하는 '공급 부족의 낙수효과'는 하반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