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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8000명 구인난'… 美·佛이 휩쓰는 'MRO 전쟁', K방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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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8000명 구인난'… 美·佛이 휩쓰는 'MRO 전쟁', K방산의 운명은

美 그로턴 '잠수함 수도' 탈환 위해 160억 달러 투입… "숙련공 부족이 최대 걸림돌"
프랑스 나발 그룹, 인도 현지화 전략으로 '생태계' 장악… K방산, '제품 수출' 넘어 '운용 패키지'로 승부 봐야
글로벌 잠수함 방산 시장이 '전시 체제'에 준하는 속도전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 '세계 잠수함 수도'로 불렸던 그로턴의 생산 기지를 복구하기 위해 1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입했고, 프랑스 나발 그룹은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스코르펜 에볼브드'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잠수함 방산 시장이 '전시 체제'에 준하는 속도전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 '세계 잠수함 수도'로 불렸던 그로턴의 생산 기지를 복구하기 위해 16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입했고, 프랑스 나발 그룹은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스코르펜 에볼브드'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18(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프랑스 언론 악튀(Actu.fr)는 글로벌 잠수함 방산 시장이 '전시 체제'에 준하는 속도전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냉전 시대 '세계 잠수함 수도'로 불렸던 그로턴의 생산 기지를 복구하기 위해 160억 달러(2357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투입했고, 프랑스 나발 그룹은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며 '스코르펜 에볼브드' 수출에 사활을 걸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핵심 전략 자산인 잠수함 건조와 유지·보수(MRO)라는 '산업 생태계 통제권'을 누가 확보하느냐를 가리는 치열한 영토 싸움이다. 해양 안보 수요가 폭증하는 2026, 글로벌 잠수함 시장 변화가 K방산에 던지는 '경고장''기회'를 분석했다.

, 160억 달러 쏟아붓고도 '생산 병목'에 갇힌 사연


미 해군은 차세대 콜롬비아급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 제너럴 다이내믹스 일렉트릭 보트(EB)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번 투자는 노후화된 오하이오급을 대체할 미 핵전력의 중추를 완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콜롬비아급은 차세대 해저 억지력의 핵심으로, 미 해군은 사업 지연을 원천 차단하고자 EB에 파격적인 자금을 선제적으로 지원했다.

다만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불구, 30년 만에 재가동되는 생산 라인과 공급망 병목은 여전한 난제다. 자금의 실질적 성과는 생산 현장의 숙련공 확보와 핵심 기자재 공급망 안정화라는 고질적 병목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 EB는 연말까지 8000명의 숙련공을 신규 채용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으나, 인구 감소와 주거난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30년 전 냉전 종식과 함께 쇠락한 제조 기반이 다시 살아나지 않으면서, 인프라 확충 없는 생산량 증대는 공염불이 될 위험에 처했다. 미 국방부가 '전시 체제'를 선언했음에도 공장 밖의 노동시장과 주거 환경이 따라오지 못하는 '생산 병목'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는 생산 시설만 짓는다고 무기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프랑스 나발 그룹, '현지화(Make in India)'로 틈새시장 공략


나발 그룹의 행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단순 판매를 넘어 '현지화'를 승부수로 띄웠다. 인도 마자곤 조선소와 협력해 건조부터 MRO까지 수행하는 현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존 잠수함에 리튬 이온 배터리와 AIP 체계를 결합한 '스코르펜 에볼브드'를 제안하며 독일 티센크루프(TKMS) 등 경쟁국을 따돌리려 한다.

이 모델은 기존 스코르펜급 플랫폼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와 협력 개발한 연료전지 기반 AIP 체계를 탑재해 수중 지속 능력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최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이는 복잡한 신규 설계와 오랜 검증이 필요한 타국 제안 모델보다, 실전 배치된 플랫폼을 개량해 전력 공백을 즉각 메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수출국 입장에서는 신규 사업보다 성능이 입증된 플랫폼의 개량형을 도입하는 것이 전력 공백을 메우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에 나발 그룹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프랑스식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셈이다.

K방산의 과제, '잠수함 판매자'에서 '운용 생태계 설계자'


글로벌 잠수함 전력의 이러한 변화는 K방산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한다. 한국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 참여 등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뛰어난 건조 능력만으로는 글로벌 수주전의 최종 승자가 되기 어렵다. ·중 갈등 격화로 해양 안보 수요가 급증하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현지 MRO 인프라'.

잠수함은 건조 후 30년 이상 운용하는 자산이다. 함정을 건조하는 기술력만큼, 그것을 현지에서 수리하고 부품을 조달하는 '운용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숙련공 부족과 물류 비용 급증이라는 '2의 그로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K-방산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첫째, 맞춤형 MRO 인프라 제안이다. 수출 대상국의 기존 조선업 기반과 숙련공 수준을 사전에 분석해, 한국형 MRO 시스템을 어떻게 이식할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현지 생산 인력 교육 체계화다. 기술 이전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잠수함을 정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교육 과정을 수출 패키지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필수 투자다.

셋째, 부품 공급망의 현지화 유연성이다.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공수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지 조달 가능한 부품 리스트를 확보하고, 한국 기술진이 원격으로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MRO'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잠수함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그 잠수함이 현지 바다에서 30년간 멈추지 않고 운항할 수 있도록 '운용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이 곧 대한민국 국방 외교의 핵심 경쟁력이다. 제품 성능을 넘어, 고객국의 국방 운용 안정성까지 책임지는 '솔루션 공급자'로 변모해야만 K방산은 그로턴의 구인난을 기회로 삼아 글로벌 해양 방산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