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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두뇌 유출’ 속 유럽-중국 과학 동맹 급부상… 지정학적 판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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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두뇌 유출’ 속 유럽-중국 과학 동맹 급부상… 지정학적 판도 뒤흔든다

獨 막스 플랑크 회장 인터뷰… “美 비자 규제·과학 자금 전방위 공격이 인재 밀어내”
中, 압도적 자본력·인프라 무기로 美 유학파 젊은 수재들과 세계적 스타 석학들 대거 흡수
유럽, 미·중 패권 갈등 속 ‘기회’ 포착… ‘FAST 전파망원경’ 등 녹색·첨단 과학 다자주의 협력 가속
미중 두뇌 경쟁은 유럽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두뇌 경쟁은 유럽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강력한 비자 규제 강화와 과학계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젊은 과학자들의 대대적인 ‘두뇌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미국을 떠난 인재들을 흡수하며 중국의 최대 과학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중 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에 전 세계 인재 흐름의 축이 서방에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지정학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각) 유럽 최고 권위의 연구기관인 독일 막스 플랑크 협회(Max Planck Society)의 패트릭 크레이머(Patrick Kramer) 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정학적 급변으로 인해 글로벌 인재 흐름에 엄청난 변화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美 ‘반과학 문화대혁명’이 자초한 인재 밀어내기


크레이머 회장은 이러한 대이동의 1차적 도화선으로 미국의 정치적 환경 변화를 꼽았다. 그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비자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과학 자금 지원 방식을 바꾸는 한편, 지구 시스템 과학과 같은 특정 연구 분야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면서 연구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분쟁과 전쟁 등 글로벌 갈등으로 인해 평소라면 미국으로 향했을 전 세계의 박사과정 학생들과 박사후 연구원(포닥) 등 젊은 인재들이 비자 거부와 자리가 부족해진 미국 대신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또 다른 축인 중국은 강력한 정부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연구기관을 신설하고 학술 일자리를 대거 쏟아내며 이 인재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과거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던 최고의 중국인 스타 과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연구소를 설립하는 ‘귀환 러시’가 인재 유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천인재계획(Thousand Talents Plan)’을 통해 해외 석학들을 유치해 왔으며, 최근 그 결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獨 막스 플랑크-中 과학원, 끈끈한 첨단·녹색 파트너십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사이, 유럽은 중국의 손을 잡았다. 막스 플랑크 협회는 이미 중국과학원(CAS)과 깊숙이 동맹을 맺고 있다.

지난해에만 양측은 157개의 공동 프로젝트를 협력해 진행했으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두 나라가 공동 집필한 과학 논문만 8,700편에 달해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독일의 4번째로 큰 과학 파트너국이 되었다. 현재 막스 플랑크 협회 내 젊은 연구원의 약 15%를 중국인 과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가장 명확한 동기는 중국이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때문이다.

크레이머 회장은 대표적인 예로 중국 구이저우성에 위치한 세계 최대 크기의 단일 접시 전파망원경 'FAST'를 꼽았다. 독일 본 근처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전파천문학 연구소의 에펠스베르크 망원경(지름 100m)과 중국의 FAST(지름 500m)는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다.

FAST의 대형 안테나가 우주에서 새로운 펄서(Pulsar)를발견하면, 독일의 유연한 안테나가 이를 장기간 집중 후속 연구하는 방식으로 양국 과학자들은 국경을 넘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와 탈탄소화 부문에서도 양국의 시너지는 절대적이다. 크레이머 회장은 "중국이 태양광 기술을 혁신해 가격을 낮춤으로써 전 세계 화석 연료 전환을 가속화했다"며 "유럽의 뛰어난 녹색 화학 인재들과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역량이 결합해 기술권의 탈탄소화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중 갈등은 유럽의 ‘기회’… 과학의 다자주의 수호해야


유럽의 시각에서 미·중 간의 극단적인 패권 경쟁과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고립 전략은 에너지 낭비이자 안타까운 일이지만, 동시에 유럽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거대한 기회다.

크레이머 회장은 유럽이 미국이나 중국의 패권에 휩쓸리지 말고, 민주주의 수호, 지속 가능한 발전,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합리성과 이성의 목소리’에 기반한 ‘유럽식 다자주의(Multilateralism)’ 가치를 스스로 정의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아울러 중국의 압도적인 실행력과 규모의 경제로부터 유럽이 배워야 할 교훈도 많다고 덧붙였다. 공통의 목표를 위해 유전학 연구를 완전히 자동화한 선전의 4층 규모 로봇 연구소(막스 플랑크-중국과학원 공동 센터)를 예로 들며, "유럽에서는 관료주의와 규모의 한계로 인해 구현하기 극도로 어려운 정교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세계화된 세상에 살고 있으며, 지정학적 이유로 분열된 세계로 다시 빠져들면 인류의 발전은 심각하게 느려질 것"이라고 경고한 크레이머 회장은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과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국 동서 해안 대학들과의 새로운 협력 센터 설립은 물론, 중국과의 파트너십 심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과학이 '이성의 목소리'가 되어 문화 전쟁을 방어해야 한다는 유럽 지성계의 외침에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