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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3년 만에 금리 인상 전망… 중동發 에너지 쇼크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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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3년 만에 금리 인상 전망… 중동發 에너지 쇼크 정면 돌파

물가 3.2% 폭등에 긴축 첫 포문 열어, 글로벌 중앙은행 중 선두 주자
유로존 성장률 0.9%로 추락 속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추가 인상 두고 통화위원 내홍 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촉발한 에너지 가격 급등 파도가 마침내 유럽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돌려세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1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예금금리를 2.0%에서 2.25%로 인상할 것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ECB가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해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첫 번째 기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유로존 경기 침체 위험을 들어 이번 인상이 연속 긴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어, ECB가 인상 이후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가 2023년 9월 이후 최고… 시장 확률 97%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가 최근 발표한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4월의 3.0%에서 다시 치솟으며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10.9% 뛰어오른 것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서비스 물가도 3.5%까지 올랐다. 근원 물가(식품·에너지 제외)도 2.5%로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국별로도 독일 2.7%, 프랑스 2.8%, 이탈리아 3.3%, 스페인 3.6%로 유로존 4대 경제권이 일제히 ECB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여기에 ECB 4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ECB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1년 뒤 기대 물가가 3월 2.5%에서 4월 4.0%로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11일 회의에서 ECB가 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을 99%로 반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도 응답자 80명 가운데 74명이 이번 회의에서 예금금리가 2.25%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응답자 42명 중 28명은 올해 유로존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봉쇄에 성장률 0.9%로 추락… 추가 인상 놓고 이견


이번 인상이 ECB에 불편한 이유는 물가와 성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여파로 유로존 2026년 성장률 전망을 종전 1.4%에서 0.9%로 대폭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EU의 원유 수입 5%,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10%, 항공유 수입 45%가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OECD는 분쟁이 2027년 하반기까지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성장률이 2026년 2.1%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ECB 내부에서도 추가 인상 경로를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다. 컨퍼런스보드는 이번 인상을 선제적 예방 조치로 평가하면서, ECB의 최신 임금 추적 지표가 협상 임금 상승률의 둔화를 가리키고 있어 2022~2023년식 임금-물가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은행 총재 파비오 파네타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될 위험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 기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리 정해진 경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4월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였다고 밝히면서도, 통화위원들이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했다고 인정했다.

시장은 현재 6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이 확실시되고, 9월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으며, 연내 세 번째 인상 확률도 92%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라가르드 기자회견·새 경제 전망이 시장 향방 가른다


11일 금리 결정 못지않게 주목받는 것은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과 ECB 직원 경제 전망 수정치다. ECB가 3월에 내놓은 전망은 2026년 물가 2.6%, 2027년 2.0%로 돌아오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새 전망이 2027년 물가를 목표치 위로 올려 잡을 경우 시장은 이번 인상을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은 남의 일이 아니다. ECB의 긴축 전환이 유로화 흐름과 유럽계 자금의 한국 시장 내 자산 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은 한국 수출 기업의 유럽 현지 비용 부담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추가 인상에 대해 얼마나 열린 신호를 보내느냐가 원·달러 환율과 국내 채권 시장에도 간접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