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노동시장 보고서, 은퇴자 붙잡고 이민자로 연명한 유로존, 시간당 생산성은 되레 둔화
유럽이 이민으로 벌어둔 시간, 한국은 없다… 로봇·AI·에이지테크에서 투자 기회 찾아야
유럽이 이민으로 벌어둔 시간, 한국은 없다… 로봇·AI·에이지테크에서 투자 기회 찾아야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노동시장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 직격탄을 맞은 유로존 경제가 그동안 평균 근로 수명 연장과 이민자 유입 덕에 성장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ECB 경제학자들은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주민 수용과 기술 발전이 필수 요소"라고 단정했다. 이번 발표는 최근 유럽 전역 선거에서 반이민 정당들이 득표율을 높이며 각국 정부가 이민 통제를 강화하는 시점에 나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ECB 보고서의 핵심 요지는 고령화로 인한 장기적인 노동력 감소 흐름 속에서 유로존이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류와 이민자 수용으로 일시적인 성장을 지탱했으나,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산성 돌파구 마련에 달렸다는 점이다. 저출산 기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고령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며, 일할 수 있는 노년층이 모두 고용되는 한계점에 도달하면 성장의 연속성은 결국 외부 인재 유치와 기술 혁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늙어가는 유로존의 서글픈 버티기, 생산성 둔화 가린 ‘고용 착시’
유로존 취업자 수는 2019년 말부터 2025년 중반까지 780만 명 늘어 1억 7300만 명에 이르렀다. 올해 1분기에도 취업자 수가 17만 2000명 증가해 경제 생산량 축소를 막았다. 이 같은 고용 증가세는 유럽 고령층이 일터에 오래 남은 결과다.
법정 은퇴 연령 상향 조정을 두고 유럽 일부 지역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ECB는 평균 근로 기간이 6개월 늘어난 주된 원인이 제도 변화 탓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제도적 강제보다는 고령층의 자발적 고용 유지와 기업의 구인난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가 크다. 현재 유로존의 65세 이상 근로자는 전체 노동력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령화 선행 국가인 일본은 14%에 달한다. 유럽이 일본 수준으로 시차를 두고 따라잡는다면 단기적으로 상당한 잠재적 노동 공급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머릿수만 늘어난 '고용 착시'에 가깝다. 실제로 유로존 성장의 절반이 고용 증가에서 발생한 반면, 유로존의 시간당 생산성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심각한 둔화 흐름을 보였다. 노동 효율성은 떨어지는데 은퇴자만 붙잡아 억지로 성장률을 방어했다는 뜻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간당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령층 고용 확대는 소비력을 유지하는 임시 완충 장치는 될 수 있어도, 기술 혁신 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늦추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유럽이 이민으로 완충한 시간, 한국은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의 이러한 고군분투는 한국 경제에 훨씬 더 치명적인 경고를 보낸다. 한국은 유럽보다 고령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지만, 이민자 유입률은 현저히 낮다. 유럽이 고령층 잔류와 이민자 대거 수용으로 벌어둔 구조조정 시간을 한국은 확보하지 못한 채 동일한 인구 절벽 충격에 정면으로 노출된 상태다. 유럽의 위기는 5~10년 뒤의 미래가 아니라, 이미 한국 경제 현장에서 터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재앙이다.
더구나 최근 유럽 전역에서 극우·반이민 정당이 세력을 확장하며 국경 장벽을 높이고 있어 외교·안보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어 이민자들이 대거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유로존 잠재성장률은 한순간에 급락하게 된다.
프랑스계 대형 운용사 아문디(Amundi)의 런던 매크로전략팀은 "이민 공급망이 막히면 유로존 내 극심한 구인난과 임금발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유일한 돌파구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통한 '시간당 생산성 혁신'뿐이다.
인구 절벽을 돌파할 역발상 투자 시나리오와 핵심 섹터
인구 구조의 격변은 메가트렌드다. 유럽의 고용 착시 한계와 기술 대체 흐름을 읽는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위기 속에서 명확한 자산 배분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다음 3가지 핵심 지표 변화에 따라 주목해야 할 수혜 섹터와 기업 매수 타이밍을 선제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첫째, 유로존 외국인 노동자 규제 지수와 산업용 로봇 및 자동화 섹터 주시다. 반이민 정당의 집권으로 이민 규제가 강화되면 임금이 급등한다. 이는 유럽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설비 도입 속도를 압도적으로 앞당긴다. 로봇 공학 및 공정 자동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수주 잔고가 폭발하는 시점이다.
둘째, 유럽 전역의 AI 도입률 및 설비투자(CAPEX) 추이와 AI 인프라 및 반도체 섹터 주시다.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럽 주요국이 AI 도입 가속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유럽 내 데이터센터 확충과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전력 인프라 관련 핵심 반도체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셋째, 유로존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과 헬스케어 및 에이지테크(Age-tech) 섹터 주시다.
일본(14%)을 추종하며 6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 비중이 현재 3%에서 상승할수록 일하는 노년을 위한 원격 의료, 시니어 웰니스, 독립생활 지원 기술 시장이 급팽창한다. 고령 노동자의 생산성을 유지해 주는 웨어러블 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유망 기업의 장기 성장성이 담보되는 지점이다.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앞에서는 양적 노동력 확보와 질적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업만이 장기 생존한다. 인구 구조 변화의 흐름을 쫓아 기술 독점력을 쥐어짜는 파괴적 혁신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