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문 1000억달러 넘고 ETF·예측시장·가상자산 파생상품으로 확산…전문가들 변동성 증폭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월가가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수요를 빠르게 상품화하면서 스페이스X 관련 거래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증시가 이번 주 물가 지표와 중동 정세, 유가 움직임을 소화하는 동시에 스페이스X 투자 열풍에 휩싸였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거시경제 변수와 스페이스X 관련 투기 거래 사이를 오가면서 나스닥100지수의 주중 평균 장중 변동 폭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 개인 주문 1000억달러 넘어서
이번 주 시장의 중심에는 스페이스X가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공모에 1000억달러(약 152조원)가 넘는 주문을 냈다. 증권사를 통해 배정 가능한 물량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과거의 IPO 열풍과 달리 수요는 전통적인 청약 장부에 머물지 않았다. 공모주를 충분히 배정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다른 경로로 스페이스X 노출을 확보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20억달러(약 3조400억원) 규모의 배런 퍼스트 프린서플스 ETF 같은 펀드로 상장 전 자금 유입이 커졌고 대체 거래 플랫폼에서도 활동이 늘었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는 스페이스X 관련 계약 거래량이 2500만달러(약 380억원)를 넘었다. 가상자산 기반 시장으로도 열기가 번졌다. 탈중앙화 플랫폼 하이퍼리퀴드에서는 스페이스X와 연계된 무기한 선물 거래가 이뤄졌다. 과거라면 단순한 IPO 이야기로 끝났을 거래가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펼쳐진 셈이다.
◇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잇단 출시
월가의 상품화 속도도 빨라졌다. 스페이스X와 연계된 ETF 신청은 이미 20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 유형도 단순 편입형에 그치지 않고, 주가 상승에 배수로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과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옵션 기반 전략까지 다양하다.
피터 앳워터 파이낸셜 인사이트 회장은 “대중이 선호하는 종목과 연계된 ETF가 확산하는 것은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보여준다”며 “군중이 가장 강력한 수단을 찾아 자기 자신의 조급한 충동성에 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시 텡글러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이스X에 대한 장기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도 “투기의 여지는 분명 있지만 나는 투자자들이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시장 변동성 키우는 구조적 위험
문제는 이런 상품들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시장 움직임을 키우는 증폭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라 전략가들은 레버리지 ETF 전반이 시장이 1% 움직일 때마다 약 80억달러(약 12조2000억원)의 리밸런싱 수요를 만들어낸다고 추산했다. 옵션 포지션에서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추가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
바클레이스도 최근 주요 미국 레버리지 ETF와 연계된 자금 흐름이 이달 초 매도세를 앞두고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품들이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형성된 흐름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크리스 머피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그룹 파생상품 전략 공동대표는 “레버리지와 합성 상품을 통해 노출이 쌓이면 상승과 반전 모두 투자자 예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거시 변수와 투기 열풍이 뒤섞인 시장
최근 한 주 증시 변동은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도 보여줬다. 비교적 온건한 소비자물가 지표는 위험자산을 끌어올렸지만 하루 뒤 강한 생산자물가 지표가 나오자 비용 압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중동 정세도 시장을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이 평화 협상 기대를 수시로 바꾸면서 유가와 주식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12일에는 외교적 돌파구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다시 상승했다.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시장전략가는 “오락가락하는 평화협상 기대가 지수 차원의 단기 급등락을 이끌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스페이스X 열풍을 둘러싼 판단을 더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 반도체 ETF 헤지 수요도 확대
투기적 열기 속에서도 경계심은 나타나고 있다.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딩회사인 서스퀘하나는 반도체 ETF에서 상당한 규모의 헤지 거래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서스퀘하나는 특히 반에크 반도체 ETF에 대한 하락 방어 수요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와 성장주에 몰려들면서도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존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종목에서 차익을 실현해 스페이스X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스페이스X는 이번 주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개인투자자들이 과거 기관투자자의 영역에 가까웠던 초대형 IPO와 파생 거래에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플로리다에서 차량 운송 관리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55세 기업가 에런 코프는 그동안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IPO에 투자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E트레이드를 통해 스페이스X 공모 신청을 했고, 12일 개장 전 일부 물량을 배정받았다. 다만 수요가 워낙 컸기 때문에 실제 배정은 처음 신청한 물량의 4분의 1에 그쳤다.
코프는 단기 주가 등락보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무슨 상관인가. 그 회사를 좋아하는가, 그 미래를 믿는가가 투자해야 할 올바른 이유”라며 “일론 머스크는 사업을 앞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 열풍이 단순한 공모주 흥행을 넘어 월가의 투기 상품 생태계와 결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와 대체 거래시장, 파생상품으로 몰리면서 한 기업의 IPO가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와 변동성 구조를 바꾸는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