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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 완패…폭스바겐, 2.6조 자율주행 프로젝트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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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 완패…폭스바겐, 2.6조 자율주행 프로젝트 폐기

도심 핸즈프리 기술, 테슬라 FSD와 격차 못 좁혀
새 파트너 물색 돌입…자율주행 판도 재편 초읽기
폭스바겐 ID.4.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ID.4. 사진=연합뉴스
독일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Volkswagen, 이하 VW)이 15억 유로(약 2조 6509억 원)를 쏟아부은 자율주행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전면 청산하기로 했다.

독일 일간 「빌트(Bild)」는 29일(현지시각)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VW이 부품사 보쉬(Bosch)와 함께 2022년 출범시킨 자율주행 기술 동맹 'ADA(Automated Driving Alliance)'를 종료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내부 평가에서 "경쟁력 없음" 판정을 받은 기술을 계속 떠안기보다는, 외부 파트너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사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15억 유로 투자에도 "뒤처진 기술"


ADA는 2022년 초 VW과 보쉬, VW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가 3사 공동으로 설립한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조직이다.

1000명 넘는 양사 전문 인력이 배치돼 레벨 2~3 수준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독일 자동차 업계는 이 동맹을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빼앗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반격 카드"로 평가했다.

그러나 4년여 만에 나온 결론은 기대와 정반대였다. 「빌트」에 따르면, 그동안 투입된 자금은 15억 유로(약 2조 6509억원)에 달하지만 VW 내부에서는 ADA가 개발한 기술을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레벨 2++'로 불리는 도심 구간 핸즈프리 주행 기능이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FSD(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 승인을 받았고,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출시에 이어 'MB.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를 유럽에도 내놓을 채비를 마쳤으며, BMW 신형 iX3 역시 유사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VW은 이들과의 격차가 좁혀질 기미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VW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 대변인은 「빌트」에 "개발 파트너십의 전략 목표 부합 여부를 상시 재검토한다"며, "고도화된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분야에서 시장과 기술이 협력 출범 당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밝혔다. 보쉬 측은 보도 시점까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새 파트너 물색 중… 9월까지 계약 목표


VW은 비용 절감과 기술 격차 해소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자체 개발' 노선을 포기하고 완성된 기술을 사오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VW은 레벨 2++ 이상 시스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새 파트너로부터 조달해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며, 오는 9월 말까지 협력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쉬와의 동맹은 공식 계약 절차에 따라 청산되며, 내부에서는 법적·재무적 후속 처리 문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을 보면, VW의 소프트웨어 전략 자체가 여러 차례 방향을 바꿔온 역사가 있다.

2024년에는 자율주행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모빌아이(Mobileye)와 협력을 심화했고,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는 전기차·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ADA 종료는 이 같은 잦은 노선 변경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 실패'가 드러낸 유럽 완성차의 구조적 한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ADA 해체를 단순한 프로젝트 철수가 아니라,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전환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읽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 제조 기업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VW이 몸으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VW이 직면한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VW 그룹 산하 아우디는 약 1만 5000명 인력 감축 목록이 돌고 있으며, 그룹 전체로는 최대 10만 명 감원이 거론될 정도로 구조조정 압박이 크다.

보쉬 역시 최고경영자(CEO) 슈테판 하르퉁(Stefan Hartung)이 최근 전격 사임하는 등 내부 혼란을 겪고 있어, 양사 모두 위기 상황에서 파트너십 해소를 선택한 형국이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에도 무관하지 않다. VW·보쉬 동맹 해체로 글로벌 ADAS 공급망이 재편되면,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분야에서 현대차 및 한국 1차 부품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여지도 생긴다

증권가에서는 "VW의 외부 파트너 교체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 공급자로 낙점될지가 향후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