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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미·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브렌트유 2분기 38%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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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미·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귀…브렌트유 2분기 38% 하락

호르무즈 선박 이동 재개·미국 산유량 사상 최대에 공급 우려 완화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휴전 협상 기대와 공급 우려 완화 속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브렌트유가 6월과 2분기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휴전 협상 기대와 공급 우려 완화 속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브렌트유가 6월과 2분기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사진=챗GPT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 기대 속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란 전쟁으로 붙었던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어들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도 완화되면서다.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점도 유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

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전날 큰 변동 없이 마감했지만 월간·분기 기준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할 흐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23센트 내린 72.92달러(약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25달러 하락한 69.50달러(약 10만8000원)에 마감했다.

◇ 전쟁 이전 가격대로 회귀


현재 유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브렌트유는 전쟁 개시 전날인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2.48달러(약 11만2000원)에 마감했다. WTI도 당시 67.02달러(약 10만4000원)였다. 전쟁 초기에는 중동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이 급등했지만 임시 휴전과 해상 운송 재개 흐름이 겹치면서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원유 시장의 관심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될 미국·이란 실무 협상으로 옮겨갔다. 고위급 회담은 당장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역 안보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 문제를 다루는 기술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통로다. 이 해협이 완전히 막힐 수 있다는 공포가 유가 급등의 핵심 배경이었다. 그러나 일부 선박 이동이 재개되면서 시장은 공급 충격 가능성을 낮춰 반영하기 시작했다.

◇ 위험 프리미엄 일부 해소


투자자들은 유가에 붙었던 중동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지 주시하고 있다.

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위험 프리미엄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묶여 있던 선박들이 걸프만 밖으로 이동하면서 일시적인 신규 공급 물량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가가 단순히 수요 둔화 때문에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전쟁 기간 막혀 있던 물류 흐름이 풀리면서 공급 측 압력이 완화됐다는 뜻이다.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면 가격은 재차 흔들릴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은 전면적인 원유 수송 차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 세계 원유시장이 하루 480만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 프리미엄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장기 공급 과잉 전망까지 더해지면 유가는 반등 동력을 찾기 어렵다.

◇ 브렌트유 2분기 급락


브렌트유는 6월에 약 21% 떨어졌다. 5월에도 19% 하락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분기에 약 38% 밀렸다. 직전 1분기에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불안으로 94% 뛰었지만, 이후 휴전 협상과 운송 재개 기대가 커지면서 급격한 되돌림이 나타났다.

가격 흐름은 기술적으로도 약세 신호를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13거래일 연속, WTI는 11거래일 연속 과매도권에 머물렀다. 단기간 낙폭이 크다는 뜻이지만, 공급 우려 완화와 수급 전망 악화가 겹치면서 강한 반등은 나오지 않았다.

시장은 전쟁 이후 형성된 가격 급등분이 얼마나 더 빠질지 가늠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유가는 수급 펀더멘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 미국 산유량 사상 최대


공급 측면에서는 미국 생산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93만배럴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생산업체들이 산유량을 늘린 결과다.

전쟁으로 가격이 오르면 산유국과 생산업체는 더 많은 원유를 시장에 내놓을 유인을 갖는다. 그러나 이후 정세가 안정되면 늘어난 공급이 가격 하락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북해산 원유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8월 인도분 기준 브렌트 가격 산정에 쓰이는 5개 북해산 원유 등급 가운데 실제 브렌트유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는 전통적인 브렌트 벤치마크의 공급 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재고 지표도 주목


시장은 미국 원유 재고 발표도 기다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6월 26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 재고를 450만배럴 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전망이 맞으면 미국 원유 재고는 10주 연속 감소하게 된다.

이는 2018년 1월 기록과 같은 수준이다. 다만 재고 감소가 곧바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 생산이 늘고 있고, 전쟁 리스크가 낮아지면서 시장의 초점이 단기 재고보다 전체 공급 여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원유 재고가 380만배럴 늘었다. 최근 5년 평균으로는 같은 주에 550만배럴 줄었다. 올해 재고 흐름은 계절적 수요와 공급 조정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휴전 협상 결과가 다음 변수


유가의 다음 방향은 미국·이란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속도에 달려 있다.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은 60일짜리 임시 합의에 도달했다. 이 합의는 양측이 영구 휴전과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주말에도 교전이 이어지면서 합의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 있다.

카타르 당국은 이번 주 실무 협의가 열리지만 곧바로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협상이 실제 공급망 안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쟁 재개 위험만 잠시 미루는 데 그칠지 지켜보고 있다.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시장이 최악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고, 미국·이란 간 정치적 합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변동성은 남아 있다.

◇ 유가 시장, 전쟁 프리미엄 이후를 본다


국제유가 시장은 이제 전쟁 프리미엄 이후의 수급을 보기 시작했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 시장은 미국 생산 증가, 2027년 공급 과잉 가능성, 원유 수요 둔화, 재고 흐름을 더 크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가격을 끌어올린 기간에는 공급 차질 우려가 모든 변수를 압도했지만, 휴전 협상 국면에서는 다시 펀더멘털이 중심으로 돌아온다.

이번 유가 급락은 중동 정세가 안정됐다는 단순한 신호라기보다, 전쟁으로 급등한 가격이 실제 공급 회복과 생산 확대 전망을 만나 빠르게 조정된 결과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히거나 미국·이란 협상이 깨지면 위험 프리미엄은 되살아날 수 있다. 반대로 해상 운송이 정상화되고 미국 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유가는 당분간 반등보다 균형점을 찾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