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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봉쇄…원유시장 비축 여력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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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봉쇄…원유시장 비축 여력 바닥

IEA 긴급 방출분 4분의 3 소진…브렌트유 한 주 10% 급등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사실상 봉쇄됐다.

이란 전쟁 초기 원유 공급 충격을 흡수했던 비축유와 상업 재고가 크게 줄어 세계 원유시장이 새로운 공급난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거래업계 관계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가 장기화하면 부족한 공급량을 메울 원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수송로다. 이번 주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면서 잠시 늘어났던 원유 수송량도 다시 급감했다.

미군은 15일까지 닷새 연속 이란을 공습했다. 지난 7일 이후 이란을 겨냥한 공격은 모두 9차례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습이 이번 주와 다음 주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긴급 방출 물량도 수주 뒤 바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일 회원국들이 지난 3월 결정한 4억배럴 규모의 긴급 비축유 방출 계획 가운데 약 4분의 3을 이미 집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속도로 방출이 이어지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수주 뒤 소진된다. 한 원유 거래업자는 전쟁 초기 충격을 줄였던 완충장치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전쟁 전 세계 원유시장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비축유를 제외하고 약 4억배럴의 여유 재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시장정보 부문 책임자는 “현재 남은 여유 재고가 거의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휴전 발표 직후 배럴당 약 100달러(약 15만3000원)였던 브렌트유는 70달러(약 10만7000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휴전이 무너지자 브렌트유는 14일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87달러(약 13만3000원)를 넘어섰다. 15일에는 약 85달러(약 13만원)로 거래를 마쳐 이번 주 들어 10% 넘게 올랐다.

◇ 첫 봉쇄 때는 비축유·중국 재고로 버텨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하기 전까지 해협은 약 4개월 동안 봉쇄됐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했다. 중국은 원유 수입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영기업이 보유한 재고를 시장에 공급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유가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원유 선물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IEA가 사상 최악의 원유 공급 차질이라고 평가했는데도 브렌트유는 지난 4월 배럴당 126달러(약 19만3000원)에서 고점을 형성해 역대 최고치에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봉쇄가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에는 이전처럼 공급 부족분을 채울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원유 거래업계의 판단이다.

◇ 유럽 경유 가격 한 주 새 14% 상승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도 빠듯해지고 있다.

전쟁 이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원유 가격보다 빠르게 오르고 더디게 하락했다.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 장거리 무인기 공격을 받으면서 공급 차질도 커졌다.

IEA는 휘발유와 경유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경유 도매 선물가격은 이번 주 들어 14% 상승했다.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의 공급 차질로 항공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정유사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고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항공편을 줄인 영향이다.

다만 여름철 수요가 정점에 이르면 재고가 더 줄어들 수 있다. 연말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재고를 다시 채우는 일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 사우디는 우회 수출…이라크·쿠웨이트는 막혀


걸프 산유국들은 휴전 기간 저장시설의 원유를 비우기 위해 수백만배럴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내보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은 입찰을 통해 8400만배럴을 판매했다. 해협 진입을 꺼리는 대형 유조선에 원유를 전달하기 위한 왕복 운송 방식도 가동했다.

그러나 애드녹의 해운 자회사는 원유를 각각 약 200만배럴씩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 2척이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선원 1명 이상이 숨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항구를 통한 원유 수출을 하루 약 500만배럴까지 늘렸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했던 하루 약 700만배럴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체 수송로가 부족한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원유 수출은 여전히 거의 막힌 상태다.

조엘 핸콕 나티시스은행 원자재 수석 분석가는 “원유시장이 예상했던 빠른 수송 정상화가 당분간 어려워졌다”며 “새로운 외교 협상이 이뤄져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